모로의 몸의 일기 _ 1
얼마 전 건강 검진을 했다. 두어 시간 동안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서 여기 찍고, 저기 찌르고를 반복하는 그런 종합 검진이었었다. 나는 골골 백 년이 체질이다. 어릴 때부터 환절기마다 꼬박꼬박 감기를 앓고, 매주 한 두 번은 과민성 대장염으로 복통을 겪었으며, 손발이 차고, 소화는 잘 안 되지만, 39년 살아오면서 크게 아파 입원한 적은 없었다. 그러므로 피곤하면 쉬어주는 식으로 생각했지, 크게 건강에 대해 걱정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 검진에서 처음으로 부인과 질병이 발견되었다. 유방 초음파상 양성 결절 발견, 난소암 표지자 검사 수치 상승이라는 결과! 난소암 표지자라니, 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낯선 이름인가! 자궁에 근종이 있거나, 생리 기간이거나, 기타 여러 질병으로 이 수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하는데 덜컥 겁부터 났다.
아이를 출산했으면서도 산부인과 검진이 두려워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일, 당장 산부인과로 달려갔다.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를 꼼꼼히 봐주시더니, 작은 근종들이 있긴 한데 없다고 봐도 된다고 하셨다. 정 걱정되면 3개월 뒤에 피 검사를 한 번 해보라고 쿨하게 이야기하시는데, 긴장했던 마음이 쑤욱 내려갔다. 돌아오는 길, 나는 몸에 대해서 생각했다. 늘 달고 살지만, 의식하지 않고 살았던 몸. 이제 나도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살짝 슬펐다. 태어나기를 체력이 작게 태어나 고만큼만 야금야금 쓰고 살면 될 줄 알았는데, 가진 것을 누리고만 살아도 되는 그 ‘청년’의 시절이 지나갔구나. 저질체력이 병에 걸리면 얼마나 힘들어질까를 생각하니 순간 아찔해졌다. 나에게는 자궁과 나팔관과 난소와 더불어 그 속에 작은 근종들이 있다. 이것이 나를 만드는 몸이다. 이제부터는 먼저 타먹은 적금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악'소리가 날 만큼 운동을 하고 나면,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몸속의 작은 근육들이 아우성이다. 그 통증을 약간 흐뭇하게 바라본다. 식사량도 조금 줄였다. 몸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 몸에 생긴 작은 근종들이 단지 자궁의 문제일까. 왜 자궁은 문제를 일으켰을까. 아니면 혈의 문제일까, 혈액 순환의 문제일까. 그것은 코로나를 핑계로 누워서 생활하면서 편하게 시켜먹었던, 수많은 배달음식에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탄력 없이 축 늘어진 뱃살을 보고 있자니, 몸은 참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몸의 작은 신호들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어쩌면 그것을 통해 지금 내가 가진 삶의 문제들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