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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ul 17. 2019

거북목 증후군



기온 27도 습도 67% 강수 60% 장마전선 북상

1132번 9분 후 도착


내가 기다리는 건

구체적이지 않은 희망

아무튼 좋은 것

여인과 정장 아저씨 1,2가 기다리는 것을 나는 모른다

여인과 정장 1 나는 나란히 같은 자세로

스마트폰을 본다 

정장 2는 선채로 스마트폰을 본다


바람이 불면 어깨를 펴고 최대한 멀리 아파트 옥상을 본다

이 도시에서 먼 산을 기대하는 것은 사소한 실수

먼 산을 볼 수 없기에 바다를 그리워하는 것은 본능

우리는 스마트폰의 노예가 아니다

어쩌면 거북의 후예

각자 거북목의 자세로 바다를 그리워한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란 것을 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보가 아닌 바다

 

1132번 3분 후 도착

여름이 기다리는 것은 가을

7월이 기다리는 것은 8월

그들이 기다리던 건 월급 데이트 바캉스 택배 그리고 

단지 1154번 버스 그 버스의 빈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떠나고 나는 남아 기다린다


1132번 도착 

나는 버스를 탄다

내가  기다리는 구체적이지 않은 희망을 찾아

다시 거북목이 되어 바다로 떠날 환상을 갖는다

다음 정류장은 내가 내려야 할 곳

나를 기다리는 현실은 여기 

바다가 아니다

목이 빠지도록 무작정 기다리는 증상

여기선 그것을 거북목 증후군이라 말한다



by illruwa

instagam @illruw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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