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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Aug 16. 2019

검은 지갑




나에게는 검은 지갑이 있었다.

그 지갑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찾지도 않았다.

돈이 들어 있지 않아서가 아니다.

지갑은 지갑일 뿐.


검은 지갑에게는 돈이 없다.

돈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듯.

찾지도 않는 듯.

관심이 없어서가 아닐 듯.

돈은 돈일 듯.


돈에게는 중력이 없더라.

엔트로피, 엔탈피, 물리를 모르더라.

내게로 떨어지지 않더라.

일이 없어서가 아니더라.

법칙은 그냥 법칙이더라.


오늘도 비 내린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칙.

그런 것이 있다지?


나의 검은 지갑은 지구의 가장 낮은 곳에서

입 벌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갑의 할 일은 돈을 모으는 것.

세상 이치를 모르는 넌

주인도 없이 할 일을 하고 있을 뿐.

너의 잠잠함, 너의 묵묵함에 

최선의 경의를. 

안녕 검은 지갑.





illruwa

instagram @illruw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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