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불시착 김택수 Sep 05. 2019

봄날의 첫사랑은 하지마세요. _1

by 윤서




봄날의 첫사랑은 하지마세요. _1


승희의 집은 언덕에 있어서, 거실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면 벚꽃 나무들이 도로 양옆을 줄지어 길게 서 있는 것을 한 장면에 담아 볼 수 있다. 봄이 되어 벚꽃이 필 때면 마치 일본 영화 '4월 이야기'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꽃잎이 흩날린다.


새로운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봄이다.


그 사이 승희는 좋아하는 선배가 생겼다. 처음에는 '그것'이 사랑인지 몰랐다. 그것이란 선배만 보면 심장이 멋대로 뛰기 시작하고 그 소리가 귀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혹여나 선배가 눈치챌까 싶어 어느 날은 베프인 아영에게 "너 혹시 지금 내 심장 소리 들려?"라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심장은 그러하고 눈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우연히라도 눈이 마주치면 피하기 일쑤고, 대화하느라 눈을 바라보게 되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근육이 경직되고 말았다. 그런데 선배가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면 승희의 시선은 선배를 향한다. 자꾸만 보고 싶다. 관찰하고 싶다. 바라보고 싶다.


어느 날 과 사무실에 둘만 있게 되었다.


"너 지금 뭐 할 일 있는 거 아니면 나 좀 도와줄래?"


신문 너머로 몰래 선배를 훔쳐보다 제 발에 저려 부끄러움을 어떻게 감춰야 할지 어쩔 줄 몰랐다.


"네, 뭔데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겨우 입을 뗀다.


"이리 와서 이것 좀 문서로 옮겨줘."


맙소사. 옆으로 가야 한다. 심장 소리가 들리면 어쩌지. 손이 떨리면 어쩌지.


"저 타자 잘 못 치는데..."


일단 컴퓨터 앞으로 가 앉는다. 선배 옆에 앉아 있는 내내 숨 조자 제대로 쉬지 못해 나중엔 어질어질하기까지 하다. 그 일로 승희는 아영에게 한참이나 놀림거리가 되어야 했다.


심장 박동의 이상과 시선 처리의 오작동. 과호흡과 작은 떨림. 몸에 나타나는 이상 증상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좋았다. 세상 속에 사소한 것조차 아름다워 보이고 행복한 기분에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사랑이었다. 첫사랑.











by 윤서

instagram @yoonseo.write__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한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