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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Sep 23. 2019

시간은 흐르니까


마음이 쐐 한데 이유를 모르겠다. 

구멍이 생겼다. 

아니 이유를 알지만, 말을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말할 수 있는 거라면 무슨 고민거리도 안 되겠지. 

구멍이 이렇게 쉽게 뚫려버리면 난 이제 버틸 힘이 없다. 


태풍이 지나갔다. 하늘이 맑더라. 

제주도 기사를 끝냈다. 티셔츠 판매를 시작하고, 낭송회, 마켓, 2번의 드로잉 워크숍도 끝냈다. 

아이들 책 만들기, 도서관 어린이 사서 6회 프로그램, 2번의 마켓과 1번의 워크숍이 남았다. 

그래 왔던 것처럼 무난히 해낼 것이다. 이것들을 처리하면 다른 일이 생길 것이다. 그 일도 무난히 해낼 것이다. 

시간은 흐르니까. 


하늘이 맑더라. 

어디라도 가고 싶었지만 가야 할 이유를 모르고 갈 곳을 모르고 

나는 다시 이곳으로 와버렸다. 

불도 켜지 않은 채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기력한 검은 한숨. 그것이 나오면 나는 그만큼 주저앉는다. 

이미 무너진 것 같은데 지금도 무너지고 있고, 무너질 것이 남았다는 것도 기이하다. 

어쩌면 난 잘 무너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설계는 이토록 무섭고 정교한 것이다. 


하늘이 맑더라. 

그게 좀 싫더라.

오늘은 그렇다.


내일은, 내일 생각하자

시간은 흐르니까.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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