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쐐 한데 이유를 모르겠다.
구멍이 생겼다.
아니 이유를 알지만, 말을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말할 수 있는 거라면 무슨 고민거리도 안 되겠지.
구멍이 이렇게 쉽게 뚫려버리면 난 이제 버틸 힘이 없다.
태풍이 지나갔다. 하늘이 맑더라.
제주도 기사를 끝냈다. 티셔츠 판매를 시작하고, 낭송회, 마켓, 2번의 드로잉 워크숍도 끝냈다.
아이들 책 만들기, 도서관 어린이 사서 6회 프로그램, 2번의 마켓과 1번의 워크숍이 남았다.
그래 왔던 것처럼 무난히 해낼 것이다. 이것들을 처리하면 다른 일이 생길 것이다. 그 일도 무난히 해낼 것이다.
시간은 흐르니까.
하늘이 맑더라.
어디라도 가고 싶었지만 가야 할 이유를 모르고 갈 곳을 모르고
나는 다시 이곳으로 와버렸다.
불도 켜지 않은 채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기력한 검은 한숨. 그것이 나오면 나는 그만큼 주저앉는다.
이미 무너진 것 같은데 지금도 무너지고 있고, 무너질 것이 남았다는 것도 기이하다.
어쩌면 난 잘 무너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설계는 이토록 무섭고 정교한 것이다.
하늘이 맑더라.
그게 좀 싫더라.
오늘은 그렇다.
내일은, 내일 생각하자
시간은 흐르니까.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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