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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Dec 20. 2019

꾸준하다는 것

by 유야

꾸준하다는 것



꾸준히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분명히 꾸준하게 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나는 꾸준히 책을 만들고 싶다. 꾸준히 밥을 해먹고 싶고, 꾸준히 책을 읽고 싶다. 꾸준히 글도 쓰고 싶고, 꾸준히 음악을 듣고 싶으며 영화도 꾸준히 봤으면 좋겠다. 물론, 꾸준히 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다. 꾸준히 밥을 먹어야 하고, 꾸준히 잠을 자야 하고, 꾸준히 화장실에 가야 한다. 꾸준히 해야만 하는 것들은 모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 않으면 어딘가 고장 나 버릴 것이다. 꾸준히 밥을 먹지 않는다면, 역류성식도염으로 고생할 것이다. 꾸준히 화장실을 가지 않는 다면, 요도염이나 변비로 고생하고 말 것이다. 꾸준히 잠을 자지 않는 다면, 정말 위험할지도 모른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건 꾸준히 해야만 하는 것들이 아닌, 내가 꾸준히 하고 싶은 것들이다. 내가 꾸준히 하고 싶은 것들은 내가 해야만 한다. 내가 야채를 다듬고, 쌀을 씻고, 밥을 해야 한다. 내가 음악을 골라서 틀어야 하고, 내가 영화관에 가야 한다. 책을 만드는 건, 정말 내가 다 해야 한다. 



요즘은 정말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대단해 보인다. 계속해서 뭔가를 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힘이 있다. 아마 그들에게도 자신의 꾸준함을 가로막았던, 많은 위기와 시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이 꼭 해야만 하지도 않는 일을, 묵묵하게 한 것이다. 그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다. 내가 노력해봐서 아는데, 정말 엄청난 일이다. 나는 수십 번, 수백 번 정도는 실패한 일이다.



내가 해야만 하는 것들은 꾸준히 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일단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나의 생존을 위해 해야 하는 것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없다면, 한가롭게 음악을 고른다거나 볼 영화를 고민한다는 건 할 수 없는 일이다. 책을 만든 다는 건, 정말 꿈도 꿀 수 없다. 사실 외부적 요인으로는 ‘시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들은 잘 모르겠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시간도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꾸준히 뭔가를 한다는 것은 고역에 가깝지 않을 까. 여기서 내가 말하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말 허리가 아플 정도로, 하고 나면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힘의 70%정도만 쓰고 30%정도는 아껴둬야 한다. 우리는 다음 일도 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한 뒤에도 화장실에 가야하고, 밥을 먹어야 하고, 잠에도 들어야 한다. 요즘 매일 나의 목표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 꾸준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꾸준히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by 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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