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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Dec 21. 2019

#동네 책방에 발길을 머문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by연해

삐걱거리는 낡은 의자에 기대어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이곳이 뭐하는 곳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어.

'인생을 따뜻함으로 채워주는 보석이 있는 곳이죠'라고 한껏 폼을 잡고 멋지게 말하고 싶지만 나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무심한 척 '책방이에요'라고 단순한 대답을 해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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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에서 마음을 꾸며주는 예쁜 보석 하나씩 달고 가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어. 무명작가는 언제든지 마음속 글의 세계로 두 팔 벌려 초대할게. 

찬스 쿠폰도 무한대로 발행해 줄게. 싸인 따위 백번도 더 해줄게. 

만약 당신이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손글씨로 책 한 귀퉁이에 편지도 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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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누군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려. 쉿. 가만히 숨죽이고 들어 봐. 

한걸음. 한걸음. 

나의 심장도 두근. 두근두근

동네 책방에서 무명작가의 책을 읽고 행복을 느낄 줄 아는 보석의 주인공이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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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에세이나 시집을 읽는 사람은 전멸.' 글귀의 기사가 눈앞에 어른거리고 세상에서 당신을 발견하는 일이 무척 어렵고 고된 일이겠구나 서러운 눈물이 눈앞을 가려 어른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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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책을 사는 당신의 얼굴에는 어떤 미소가 그려져 있을까 궁금해진다. 분명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빛과 향기가 가득하겠지?

책방 구석의 낡은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오늘 만나게 될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하고 있어.

만나고 싶다고 한참을 생각했지. 

함께 웃고 싶다고 오래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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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책을 읽을 때 본인은 알지 못하는 귀여운 습관이 있을까? 가령, 무의식적으로 오른쪽 검지를 들어 머리를 긁적인다거나 왼쪽 손으로 턱을 괸다거나 하는.

그런 모습의 당신을 발견하고 나는 마음이 너무 설레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넋을 놓고 당신을 바라볼지 몰라.

오해는 하지 말아. 단지 너무 어여뻐서 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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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에 발길을 머문 어느 날 한 시선이 느껴진다면 바보처럼 당신을 넋 놓고 바라보는 무명작가에게 잠깐 웃어줄래?

나는 오래도록 보석의 주인공을 기다려왔거든.





by연해

instagram @yeonhea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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