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an 28. 2020

내 오랜 소원 중 하나



 자신의 인성에 대해 과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뒤끝 작렬한다던가 꼭 보복하고야 마는 성격이라던가, 손해 보고는 못 산다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에게 도움 준 사실을 일일이 기억하고, 도움받지 못한 것으로 염치를 이야기합니다.  끔찍하게 싫어하는 종류를 늘어놓고 자신의 집요함에 대해 자랑하듯 이야기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리 대단하지도 않은 일을 영웅담처럼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렇듯 싫어하는 것이 많은 사람은 대개 좋아하는 것도 지나치게 과감합니다. 듣는 측의 입장은 없고 자기의 호불호만을 그려놓습니다. 그러면 나는 그 그림 안에 들어가지도 벗어나지도 않는 경계에서 어렵게 줄타기를 하게 됩니다. 


 얼마 전 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싫어하는 일을 늘어놓더니 잠깐 지인과 문자를 주고받고서는 약속을 미뤘다며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짓을 했기 때문에 커피 쿠폰을 보낸 걸 자랑하듯 이야기합니다. 이때다 싶어 나는 커피 쿠폰을 보낼 것이 아니라 다음부터 그런 행동을 미워하지 않으면 어떠냐는 말을 건넸습니다. 그는 그런 방법이 있었다며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나는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싫어하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많이 말하는 사람이 좋습니다. 넘치는 사람보다 조금 빠지는 사람이 좋습니다. 손익을 따지는 사람보다 손해를 슬기롭게 받아내는 사람이 좋습니다. 잘 웃는 사람이 좋고, 사람을 잘 웃게 하는 유머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단점을 지적하기보단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좋습니다. 주위에 이런 사람들은 그 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은 아닙니다. 잘잘못에 연연하는 일도 지나 보면 사소한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내일 일어나길 바라는 좋은 일을 기대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껏 싫어했던 리스트를 하나씩 걷어내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싫다고 말하는 것이 꽤 많은 사람입니다. 지갑이 가난한 이유도 있겠지만, 마음의 빈함이 더 근본적 이유라 생각합니다. 내 오랜 소원 중 하나는 불평, 불만이 없는 사람입니다.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소원은 아닐 것입니다. 기분 좋은 인사 한마디가 불평을 줄여주고, 가벼운 칭찬 한마디가 불만을 소거하리라 믿습니다. 그러니 내 소원은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네고, 칭찬을 많이 하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 하늘 끝에는 봄 색깔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이제 곧 봄. 봄을 생각하면 나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러면 인사도 많이 하고 칭찬도 많이 할 것 같습니다. 험한 노력이 필요 없게 되었으니 나는 또 기분이 좋아집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즐거운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죠-타이거

instagram @illruwa2

매거진의 이전글 그만봐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