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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Feb 01. 2020

다음에 또 만나면 꼭 맛있는 밥을 사주겠다.


 "내가 한 번만 사주게 해줘라", "아니에요"를 반복하는 그와 나 사이에 오천 원 지폐가 왔다 갔다 한다. 그는 작가다. 독립출판으로 상당히 개성 있는 책을 만들고, 그림을 잘 그리며 재밌는 글을 쓴다. 어는 책방 사장은 독립출판계의 3대 천재 중 하나로 그를 꼽는다. 그 정도임에도 그는 언제나 수줍어하고 나서지 않는다. 누군가의 칭찬에 손사래를 친다. 그런 성품이기에 그를 싫어하는 책방은 아마도 없다. 지방에 살아 웬만한 일이 아니면 도심에서도 한 참 떨어진 이곳까지 오기가 쉽지 않다. 그런 그가 마스크를 눈 바로 아래까지 힘껏 끌어 올리고 웃으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처음엔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다. 나를 잘 아는 것 같은데 누구더라? 고개를 기웃거리며 커피를 내렸다. 사장님~하고 부르며 마스크를 해제하니 너무나 반가운 그가 있었다. 밥은 먹었냐며 (사실은 누구에게나 하는 말) 물었더니 가볍게 군것질했다 하는데 시장한 눈치다. 볶음밥을 해주겠다고 일어섰더니 계산을 하겠다며 따라 일어난다. 괜찮다고 해도 끝끝내 오천 원 지폐를 던져놓는다. 



 우린 책방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고, 작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오천 원은 큰돈이 아니지만 커다란 마음이다. 책방을 처음 열고 누추함과 수줍음으로 중무장했을 때 기꺼이 찾아와 준 작가들을 기억한다. 그러나 모두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여느 책방이 그렇듯 나도 몇몇 작가들에게 커다란 애정을 품고 있다. 특히 책방을 시작하고 기꺼이 입고해준 초창기 작가들에게 그런 감정은 많다. 측은하고 감사하고 미안하다. 책을 만들고 책방을 사랑하지만, 큰돈은커녕 본전도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아 측은하고, 그런데도 책방과 마음을 함께하니 감사하다. 그들의 책을 잘 팔지 못해 미안하다. 작가는 또 판매되지 않는 책을 받아주셨다며 책임을 떠안고 미안해한다. 책방과 작가, 그와 나는 원래 하나였던 감정을 나눠 가진 것처럼 친숙하고 익숙하다. 서로의 약점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사장님은 그래서 안 되는 거예요." "너는 그래서 안 돼" 그렇게 하나 마나 한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는 다시 만만치 않은 시간을 들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가들의 뒷모습을 보면 아쉬움이 그득하다. 가는 길에 주전부리라도 내주고 싶다. 하지만 그 역시 뿌리칠 게 뻔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한 참 정리하다가 문뜩 생각이나 잘 들어갔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아직도 집에 가고 있다는 톡이 날아온다. 내가 운이 좋아 알라딘의 요술램프 같은 것이 생겨 3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하나는 내가 잘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책방이 잘 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와 같은 작가들이 모두 다 잘 되는 것이다. 다음에 또 만나면 꼭 맛있는 밥을 사주겠다.





죠-타이거

instagram @illruw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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