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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Mar 15. 2020

여름 사람

by 수연

여름 사람


나무의 초록색이 더 푸르고

익숙한 하천의 물이 더 반짝이던 여름날

8개월만인가 그 길을 걷는데

약속장소에 한 시간이나 일찍 왔다

무슨 말을 하지 무슨 표정을 짓지 고민하다가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얼음밖에 남지 않았다

그도 30분이나 일찍 왔다는데

2년이나 본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나는 고민하느라 그가 들어오는 걸 보지 못했다

횡설수설 대화가 오갔는데 잘 기억나진 않고

그 씁쓸한 얼굴과 말 하나는 기억이 난다

“뭐가 좋다고 웃니?”

대화가 끝나고 

자기는 좀 더 있겠다고 창문으로 고갤 돌리던 그를 뒤로 하고

서둘러 집에 가는데 웃음은 안 나고 화가 났다

좋아서 웃을리가 있겠나 왜 웃음이 났을까 이유를 쫓는데 문자가 울린다

“수연아 고생 많았어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

좋은 말을 듣고는 웃지 않고 눈물이 나서

집에 갈 수 없어 놀이터를 몇바퀴나 돌다가

해가 질 때 쯤 집에 가서는 

종일 웃었다, 잘 때 까지.


낮에는 해가 눈부시고 봄바람이 부는 요즘

일곱 계절이 지나 봄이 왔다는 것을 알고

안부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한번도 보내지 않은걸 깨닫고

답장으로 문자 대신에 열심히 만들어본 케이크를 보내고 싶다는 이상한 생각을 한다.

못 그러니까 안부 보내기가 어렵다는 핑계도

내심 내 안부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도

여름이 오면 전해야겠다는 결심도 한다.








by 수잔

instagram @yoridogjorip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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