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고양이 그림
그녀는 작은 체형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난 알 수 없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웃고, 예쁘장한 얼굴에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지만 내가 모르는 곳에서는
잘 울기도 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녀에게 언제나 그런 애잔함이 묻어난다.
늦은 밤 '내일 그곳에 갈 수 있어요.' 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 이미 그때부터 나의 시간은 기다리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만난 것은 작년 겨울 이맘때. 기껏해야 1년이 조금 넘었을까? 그 후 두서 달에 한 번 만나는 정도였다. 우린 거리가 있었고, 각자의 할 일이 있었다.
SNS로는 매일 만났다. 그림을 좋아했고, 책을 좋아했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 키워드 3개로만 하는 자기소개 시간, 그녀는 단번에 집, 고양이, 그림이라고 썼다. 집에서 고양이 그림 그리는 것이 최고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두말할 필요 없이 그녀였다.
그렇게 말하고 웃는 그녀의 밝은 얼굴을 보며 난 생각한다. 집, 고양이, 그림으로 자신을 다 말하고
그 세 가지 뒤에 숨은 온도와 질감들을 그녀는 쉽게 말하는 법이 없다. 난 그런 것들을 알아야 할까?
그녀는 그것들을 말해줄까? 돌아오는 길도 집에 가는 길도 그날의 마지막까지 우린 쉬지 않고
이야기했지만 보이지 않는 질문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난 이 말을 좋아한다. 괜찮다. 그녀도 아마 그럴 것이다.
우린 그렇게 괜찮았다.
초겨울 미세먼지로 해가 덮여있고 옷깃을 여 메야 하는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64km를 접어 달려와
떡볶이를 먹고, 산책하고, 탁구 치고, 푸딩 먹고, 지하철을 타고, 도서관 강의를 듣고, 감자탕을 먹고,
빨래방 세탁기 돌아가는 모습도 함께 봤다. 그리고 다시 이곳으로. 1초도 지겹지 않았던 하루를 꽉꽉
채워 보낼 수 있도록해준 너에게 몇 번을 고맙다고 했는지 생각해본다. 이내 잠들기 전, 한 번 더,
'고맙다. 서희야.'
illruwa
instagram @illruw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