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푸딩클럽
머릿속이 온통 푸딩클럽이었다. 그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더 시급한 건이 즐비했는데도 2000명 회원을 꾸릴 수 있을까? 하는 가능성 제로의 계획에 하루를 태우고 있었다. 몇 명의 지인과 카페의 단골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준다. 아이디어도 준다. 그러나, 역으로 함정일 수도 있다. 가까운 지인들의 이야기로만 계획을 세우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들은 실패의 위험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폭주하고 있을 때 중요한 사실 하나가 떠오른다. 오늘은 베어 카페에서 드로잉워크숍을 진행하는 날이다. 참가자가 많지 않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것은 다행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 준비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할 일이 있지만, 준비하지 않는 나, 준비하지만 준비를 미루는 창필. 호각지세로 우리다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것인지 인정 하에 웃어넘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나온 날을 생각해 봤다. 책방 지구불시착을 오픈하고 독서 모임이 생기고 시모임과 소설 쓰기, 드로잉워크숍까지 무섭게 달려왔다. 확실한 것은 어느 것 하나 능력이 넘쳐서 해온 일은 없었다. 할 수 있을까? 하면 좋을 것 같다. 하는 생각이 시작이었고 그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들은 언제나 그랬다. 즐거웠다.
나의 할 일은 내일과 함께 이어진다. 내일은 성북재단 이음도서관에서 3주 차 워크숍 마지막 강의다. 역시 준비는 하지 못했다. 어떤 방법으로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모두가 기억에 남는 강의로 끝내고 싶다. 나는 욕심이 많다. 그런 사람이다. 지구불시착 관계자 파티, 학예회, 푸딩클럽이 모두 성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참가자가 몇 명인가? 로만 성공을 판단하겠지만 지나 보면 또 얼마나 즐거웠다는 것으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나만의 성공 필수조건 하나를 메모해두자. "없으면 있는 대로!"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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