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땐
푸딩클럽

그리고 글을 쓰자

by 지구불시착 김택수


우울, 조울, 조현병, 공황장애.

최근에 많이 듣는 말이다. 우울함이 곁에 온 이후로 피곤함과 외로움, 조화롭지 못함, 배고픔, 모르겠음, 뜻대로 할 수 없음은 모두 우울이란 말이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파이를 키워온 우울은

우리의 약점을 파고든다. 그래서 쉽게 우울하다. 라고 말하게 된다.

난 이런 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에게 우울함이 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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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새 풀리지 않는 고민 하나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지구불시착을 구성하는 어느 것 하나가 기능을 하지 않는다. 그 기능은 단순하지도 않을뿐더러

구성하는 어느 것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고민은 가볍지 않다.

그의 침묵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예상보다 오래전부터 곪아오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너무 안심했거나, 아주 무신경했거나 하는 이유에서 조금씩 침묵이 길어졌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확실하진 않다. 내가 실수를 했을지도 모르고 단순히 심경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문제는 나에게 있다. 있을 것이다.

왜냐고 이유를 묻고 싶다. 하지만 묻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바라는 건 이유를 아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우리들의 관계가 지속하길 바라는 것이 나의 할 일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미세먼지가 낮고 짙다. 이런 날 조금 걷겠다고 버스에서 내렸다. 두 정거장은 걸어야 한다.

노동의 여파가 아직도 생생하고, 침묵의 고민은 길을 잃고, 독감 주사의 영향으로

살짝 감도는 감기 기운과 날씨의 조건이 우울의 톱니와 맞물려 나는 점점 가라앉아 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이웃 카페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사장님 푸딩 드시러 오세요'

나는 방향을 바꿨다. 걸음도 빨라졌다.





푸딩은 나에게 특별한 음식이다. 돈이 귀한 시절, 어쩌다 공돈이 생길 때면 난 푸딩을 사 먹었다.

출장 갈 때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내 손엔 편의점 맥주가 아닌 푸딩이 들려있었다.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푸딩을 먹었다.

나의 호화로운 간식은 언제나 푸딩이었다. 푸딩과 더치커피를 마시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울할 땐 푸딩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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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푸딩클럽!

영화도 좋고 소설도 좋겠다. 글을 먼저 써야겠다.

오늘도 할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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