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없다

무뇌지

by 지구불시착 김택수


사람들이 말을 어찌나 잘하는지 나는 한마디도 못 했다.

처음부터 내 의견은 없으니까 알아서들 이야기하시고 결정사항에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이것이 내 방식이다.

순서대로 한마디씩 하는 자리면 내 순서가 올까 봐 조마조마하다가 하려고 했던 말, 하고 싶은 말에서

전부 내려놓고 이름만 간신히 말하고 마이크를 넘긴다.

오늘도 그랬다. 모두가 조목조목 말도 잘한다. 맨 끝자리에 앉아 천정만 보는 나에게 누군가 한마디도 안 했다고 했을 때가 가장 싫은 순간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매번 발생한다.

어차피 회의라는 것에 영향을 주는 발언을 할 역량도 없을 텐데, 아무 말이라도 막 해봐야 나쁠 것도 없을 텐데 말이다. 평소 내가 이렇게 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던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회의가 끝나면 입이 트이고 한둘이 모여 하는 이야기에는 제법 푼수에 가깝다.





어려서부터 그랬고 집에서도 그랬다. 집안 모임의 경우에도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언제 어디가 좋다고 말하지 못하고 '정해지면 통보해주세요.' 하는 식이다. 모든 가족 행사에서 그런 태도 때문에 와이프에게 언성을 살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다그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도 말 잘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발표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손을 번쩍 들고 내 의견을 말했던 기억이 없다.

'저는 어디 어디의 누구입니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기소개를 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는 아이들은 왜 그렇게 똑같은 톤으로 똑같은 표정으로 발표를 하는지 궁금했다. 그 방식이 싫었던 것도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회의에서 말을 잘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그런 똑같은 방식의 발표도 잘했을 것이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그런 방식이 싫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은 아닐까.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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