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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Mar 28. 2020

가족분들에게 안부 전화해주세요



 올봄은 코로나19가 싹쓸이해버렸습니다. 책방을 찾는 손님은 반 토막 났다고 하기엔 원래부터 토막이 있었던가를 물어야겠지만 그나마 간간이 들리시던 카페 손님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날이 좋으면 날이 좋아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미세먼지 때문에, 연휴라서, 온갖 이유로 책방은 멀어져 갑니다. 성수기도 없는데 꼬박꼬박 찾아오는 비수기가 도대체 말이 됩니까? 아무튼, 경험해왔던 모든 악조건도 버거운데 코로나19 넌 참...... 어쩔 수 없네요.


 중국, 이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독일, 스위스, 미국, 일본은 뭐. 지구가 들썩거립니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은 국뽕 차오를 정도로 일을 잘하나 봅니다. 빠르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팬데믹과 맞서며 결과를 내는 것 같습니다. 세계가 한국의 대응 방법을 주목하나 봅니다. 한편 마스크 품절사태로 국가에서 5부제로 배당하는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섭니다. 그렇게까지 사둘 필요 있나 싶은 느슨한 사람 중 한 사람이었지만 아이들 걱정에 좌불안석하는 아내의 성화를 못 이기고 줄을 서기도 했습니다. 보도대로 누군가는 불평을 토로하고 언성을 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침착하게 줄을 서 받아 갔습니다. 불편함이나 불 익을 느끼기 전에 민주주의가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떤 종교단체는 문제를 일으키고 방역 당국은 찾아내는 일이 반복되는 뉴스를 매일 접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비판을 목적으로 무책임을 따지기도 하고 정부의 방역 책임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모두의 안전보다 정치 세력을 비방하는데 주력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일상을 유지하려 합니다. 책방은 매일 열었습니다. 가끔은 책을 사주시는 분이 찾아주기를 바라는 심정입니다. 그런데 역시 코로나19는 강하네요. 그 강력함을 꾸역꾸역 버티고 있습니다. 나 하나 그런 건 아닐 것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안내 문자를 받습니다. 사실 반복되는 문자가 지겹기도 해서 패스해버립니다만, 문자를 담당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누군가에게는 이것 역시 그의 방법으로 코로나19와 싸우는 중일 것입니다.


 지난 목요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문자를 확인하고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습니다. '가족분들에게 안부 전화해주세요.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가까이'라는 내용의 문자였습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에는 봄기운이 묻어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님에게 전화드린 지도 오래된 것 같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전화를 드려야겠습니다. 


 책방 오픈 준비를 끝내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는 무척이나 반가운 목소리였습니다. 이런저런 걱정뿐인 대화였지만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전해드리며 마무리했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주변의 어르신에게 안부 전화를 했습니다. 모두 좋아하셨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뜻밖에 문자 덕분에 모처럼 훈훈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김수영 시인의 글을, 피천득의 수필을, 이름 모를 신예 작가들의 문장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부터 받는 날도 있으면 좋겠다는. 코로나19도 잊히고, 미세먼지도 사라지고,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로부터 이런 글들을 받아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보는.







죠-타이거

instagram @illruw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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