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민
더 웃으려구 오늘을 없던 일로 지나갑니다.
오늘 만난 사람, 했던 동작, 손길, 만졌던 꽃. 모두 잊습니다.
그럼 곧 만날 연인에게 투정부리지 않을 수 있어요.
아주 훌륭하다 자찬했는데 그 모든 것이 몸에는 남습니다.
다니엘 페냐크의 <몸의 일기>를 따라해 보지만 괜히 했습니다.
늦잠 자고 속이 편한 잣죽을 먹었다.
조금 짠 반찬들을 걱정하며 먹고
느리게 아주 느으리게 먹고
몸을 오래고 풀었다. ……
몸뚱이는 기억합니다.
어젯밤 떡볶이만치 매운 손님도
채 잊은 주문은 손가락으로
차가운 손으로 언 마음도 여기저기서,
by 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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