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수혜
내가 알던,
여름은 노란색이다.
겨자색에 가까운 짙은 노랑
장대비가 내려 나무도
하늘도 땅도 치자색이다.
누구 하나 물들이지 않은 녀석
없던 여름비.
고인 흙탕물에 다리를 적시며
텀벙거리며 놀던 날,
해가 저물도록 비가 쏟아지면
불어난 물에 다리도 떠내려가고
집도 떠내려 가는 건 아닐까,
캄캄한 밤 자개농 수 놓은
이불 속 고이 모셔 둔 보자기 안의
삼베를 둘둘 꺼내면
비 냄새랑 뒤엉켜
큼큼한 냄새가 나고
옷을 아직 짓지 않았는데. . .
한숨짓던 할머니의 목소리 같던
그 해 여름은
온통 치자색이었다.
by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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