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승민
폐 언저리
혈관에 소름이 돋는 일은 흔한 일일까?
단어없는 감정이 가지를 뻗듯
수면 위로 파문이 일듯
옆 집 노란 벽돌의 담장 앞을 자주 걷는다
늦은 봄
올해는 유난히 꽃가루가 크고 동그래서
눈이 되어 날아다녔다
담장 너머로 연보라 라벤더- 이팝나무 꽃과 나란히 피었다
이팝나무는 하얀 눈꽃이다
그윽한 향은 봄이 지도록 코끝을 맴돈다
담장 위로 여름이 내리쬐면
덩굴장미가 고개를 떨군다
붉은색은 그늘 속에서 짙어지는 것이다
그 다음은 소나무 꽃이다
이팝나무의 눈꽃이 내리기 전엔 목련이었고
밟힌 목련잎에 마음아파할 틈 없이
계절은 흐른다
노란 벽돌의 꽃과 나무
모두가
각자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치의 의심없는 선량을 가진다
언젠가 너의 삶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을 꼽아보라는 말을 들었다
두 가지를 답했었다 그 중 하나는
주는 사랑이라고 했다
문득 떠오른 기억, 언제나 가슴팍에 박혀있는, 변하지 않을 것이었는데,
하얀 눈꽃이다
나비는 방향없이 몸을 가누고
‘어떤’ 사랑이란 없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난 요즘 혼자 미소를 짓고
그런 나에게서 엄마를 찾는다
흐르는 생명력
깊은 산의 개울과도 같이
살아숨쉬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또 바라게 된다
by 승민
instagram @seungmm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