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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Aug 14. 2020

그런 방식의 사랑

 나에게 좋은 물건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생각된다. 하나는 자주 사용하는 물건, 쓰임이 좋은 물건. 다른 하나는 오래오래 두고 볼 수 있는 물건이다. 전자의 경우는 물건의 용도에 맞게 쓰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후자의 경우이다. 나의 물건들은 대체로 여기저기 흩어져 지내는데 특별한 용도가 없이 가만히 서 있거나, 무언가에 올려져 있는 것만으로도 그대로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것들이다. 대량생산을 위한 공산품이 많고, 3,000원 선회하는 가격대이다. 공통으로 중심이 좋아 잘 서 있거나, 약간의 무게감이 있는 것을 선호한다. 심지어 아무런 용도가 없는 것도 있는데 그런 경우 무게감을 살려서 문진이라는 임무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것들과 난 서로의 위치를 자주 잊어버리기도 한다. 일정의 간격을 유지하지만, 정확한 위치에 대해 다소 소홀한 편이다. 그것들은 자주 보이지 않을뿐더러 설령 눈앞에 있더라도 특별한 용도가 없기에 찾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나 그것들을 분실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은 편이다. 거의 없다. 가격이 저렴 하고 쓰임새가 특별하지 않아 도난의 위험이 없는 것은 큰 장점이다. 무생물 진화론 같은 것이 있다면 이 장점은 아마 상당한 고급 스킬일 것이다. 이들의 경로는 상당수가 저가이기에 주워 담듯이 사 온 물건이거나, 채집의 결과물이거나, 심지어 누군가의 유기일 경우도 있다. 굴러다니던 공이 가장 낮은 곳에 혹은 가장 중력이 강한 곳에 멈추는 것처럼 그것들은 나에게로 온 것들이다. 나는 그것들이 좋다. 찾으려 하면 온종일 찾아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어느 순간 홀연히 나타나 있기도 하다. 그럴 때의 반가움이란. 난 반려견의 머리를 쓰다듬듯 살짝 집어 들고 호 불어 먼지를 털고 살짝 방향을 바꿔 자리에 돌려놓는다.  그런 방식의 사랑이다.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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