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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Aug 18. 2020

먹고싶은데 먹을 수 없는 것

by 수연

먹고싶은데 먹을 수 없는 것


 먹고싶은데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마 10년 전쯤 먹었을 베.라 31의 ‘북극곰 폴라베어’ 아이스크림이다. 이 맛은 다들 알텐데 설명하기 좀 어려운 그런 맛이다. 슈팅스타의 슈팅이 터지고 베이스는 바닐라인데 소다맛 같기도 하고 민트맛 같기도 한 서브 맛이 마블되어 있고 중간중간 마카다미아처럼 생긴 흰 쿠키볼이 씹히는 것이다. 맛과 식감 생김새 이름 모두 조화가 훌륭하였다. 시즌은 여름인지 겨울인지 모르겠는데 어느 쪽이든 완벽하지 않은가? 10여년동안 정말 많은 것을 열심히 먹어왔을텐데 이렇게 세세하게 그리워하는 것은 드물다. 매일 나의 상태와 입맛이 변화하니, 이 북극곰 폴라베어가 지금 나온 아이스크림이라면 내게 그리 중요한 인상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북극곰 폴라베어가 더 미화되는 이유는 이게 먹고싶다-하고 떠오르면 그걸 먹는 어린 나도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한창 살이 많이 쪄있었고 걱정도 고민도 많던 친구인데, 아이스크림이나 빙수에 집착하였다. 시원달달한 것들을 먹으면 속에 따갑게 묵은것들이 내려갈 것이라고 믿고 싶었나보다.


 북극곰 폴라베어는 먹을 수 없어서 많은 이야기를 만든다. 나처럼 북극곰 폴라베어를 그리워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반가울 것이다. “그거 맛있었죠? 그 때 몇학년이었나요?” 같은 대화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케이크를 만드는 일을 하며, 내 케이크를 몇 회 드신 손님께 가끔 여쭤본다. “맛 괜찮으세요?”. 그런데 글을 쓰는 지금 갑자기 그 질문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맛없다고 하시진 못할테고, 맛있다고들 하셨는데. 이 대화는 재미가 없는 것 같다고 갑자기 느끼게 되었다. 모든 음식을 맛이 없거나 있다로 표현하는 것이, 음식에게도 찾아 먹는 이에게도 섭섭한 일인 것 같다. 내 사소한 업에 조그만 꿈이 생긴다. 누군가 훗날 먹고싶은데 먹을 수 없는 것이 내 케이크였으면 좋겠다. 내가 만든 그것을 특별히 맛있는 맛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도. 누군가의 기억에 뜬금없이 자리잡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 누군가가 대화하는 누군가도 생긴다면? 예를 들어 대화는 “그케이크 드셔보셨어요? 특이한 맛이었는데. 어쩌다 드시게 되셨어요?” 같은 것이다. 너무 재밌을 것 같다. 아마 나에게는 가장 뿌듯한 일, 내 케이크에게는 가장 큰 선물같은 일일 것이다.





by 수연

instagram @yoridogjorip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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