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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Aug 27. 2020

시계

by 수연



 잠에 빠지려는 밤, 방에서 약한 쿵-소리가 들린다. 한숨소리도 이어 들린다. 오빠가 뭘 떨어뜨리거나 아님 답답해하는 소리일 것이다. 욕설이 적혀있는 포스트잇도 가끔 본다. 조용한 와중에 방에서 들린 그 소리와, 유난히 큰 시계 소리에 집중하며 모두가 고통 속에 사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걱정이 많아서 고통이다. 외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하고 잠을 깊게 못자는 아빠를 걱정한다. 공부하는 오빠의 마음 건강을 걱정하고 엄마도 걱정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코로나에 걸리진 않을지도 걱정한다. 걱정이 끊이질 않아서 힘든 밤이다. 어제는 할머니의 자신을 어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자꾸 맴돌았다. 그의 외로움과 마음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회피하고 싶다. 밤의 시계소리는 무겁다. 시계는 째깍째깍이 아니고 틱-틱-소리를 냈다. 1초가 그렇게 길었던가? 나는 이 밤을 들여다보며 좀 독립영화 같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은 주로 작거나 큰 곤경에 처한 청년이다. 곤경은 대부분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지만 영화는 엔딩이 있고 런닝타임이 있다. 그러니 나의 밤도 런닝타임이 정해져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머리가 되게 아파서 하루종일 쉬던 낮에, 누워서 시계만 봤다. 이상하게 낮에는 시계 소리가 들리지 않고, 저게 시간이 가는건지 안가는건지도 모를만큼 정적이었다. 시계 보는 것이 그렇게 지루했다. 밤에는 시계가 보이지 않아서 그런가, 1초의 틱-틱 소리가 울린다. 그 생각의 굴레 속에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아침이 온다. 시계 속을 동그랗게 뛰는 햄스터가 된 것 같다가 그렇게 밤이 지나간다. 런닝타임은 없지만, 아침에 일어나 소리없는 시계를 보며 어쩔 수 없지 뭐-생각하는 장면이 독립영화의 엔딩같기도 하다.





by 수연

instagram @yoridogjorip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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