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우리들만 아는 이유로 계속

by 지구불시착 김택수




나는 아직 관계라는 말이 쉽지 않다. 형편과 성향, 편협한 감정, 연륜 부족 같은 것들이 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어왔다. 불편한 관계는 말을 아끼게 되고 그것은 오해를 만든다. 나는 그런 것들로부터 도망이 익숙한 사람이다. 불편은 피하는 것. 그렇게 살아왔다.


연륜이란 건 언제나 턱없이 부족하여 해마다 늘어나는 내 나이의 숫자는 어른과 맞지 않는 옷이었다. 부끄러운 일이 너무 많다. 소년 같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젠 어른이어야 할 나이가 된 지 오래다. 부족함이 많은 애어른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쩌면 결코 어리다고 할 수 없는 시절까지도 난 보호받는 역할이었다. 그렇게 자랐다. 그리고 그런 것이 편했다. 하지만 그런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난 스치는 관계가 익숙했다. 모두가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들을 미워하거나 하진 않았다. 관계의 미숙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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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6년간 쉽지 않은 생활을 했다. 간혹 북오프에서 중고 책을 사기도 했는데 그때 표지가 예뻐 발견한 책이 긴이로나쯔오銀色夏生의 카나시가루기미노히또미悲しがる君の瞳(슬픈 너의 눈동자)였다. 푸른색의 일러스트가 따뜻했던 건 아마 문장의 힘이었음에 틀림없다.

「私たち二人の関係が 私たち二人にしかわからない理由で

 ずっと続いていきますように」

'우리 둘의 관계가 우리 둘만 아는 이유로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나는 이 문장을 반복해 읽고 쓰고 외웠다. 우리들의 관계... ... 계속. 그것이 내가 그토록 바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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