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빈 노트가 많은 가능성을 주죠
대체로 무표정했던 패터슨은 부인 로라에게 당신은 훌륭한 시인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로 환하게 웃는다. 그 얼굴이 너무 좋아 캡처를 해두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인이 인정해 주었으니 그렇게 웃을 만도 하겠다고. 나는 그림을 그리고, 물건을 만들고, 가끔 글도 쓰는데 가까운 사람일수록 칭찬의 빈도가 줄어든다. 특히 글에 대해서는 야박할 정도이다. 패터슨처럼 웃을 수가 없다.
그림은 벨런스가 웬만하든지 유머가 담겨있으면 시각적으로 잘 그렸거나 못 그렸거나 하는 것이 보이는데 글만은 그렇지 않다. 시각디자인처럼 균형이나 형태가 아니라서 읽어야만 내용을 알 수 있는데 내 글에는 아무래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글을 잘 쓰고 싶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고 싶다. 밀실의 소설가, 하루만 하루끼를 통해 소설이란 것도 써봤지만 읽어보려는 사람이 없다. 슬픈 일이다. 어제 카페에 자주와 아이스티를 주문하고 슬램덩크만 보다가는 청년이 어렵게 말을 꺼내더니 소설을 썼는데 좀 읽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마음을 알기에 기꺼이 읽었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이야기도 나눴다. 사람들에게 글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사람들은 글을 읽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다 읽어야 한다면 좋은 글, 유명한 책만 찾는다. 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글로서 팬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어린아이가 패터슨에게 '물이 떨어진다'는 자신이 쓴 시를 읽어준다. 아주 훌륭한 시라고 말해주는 장면이 있다. 사람들은 칭찬이 흔한 편이다. 대게 그림을 그리면 아무리 못 그린 그림이라도 와~ 너무 좋다고 훈훈한 칭찬이 난무하다. 글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읽으면 칭찬을 한다. 시도 소설도. 그런데 문제는 글이 길면 길수록 읽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립서점에 입고 메일을 보내는 새내기 작가들의 마음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나는 요즘 매일 같이 글을 쓰려고 한다. 언젠가 언젠가 하며 글을 쓴다. 그림과 마찬가지로 글도 근력이다. 쓰다 보면 써질 것이다. 맷집도 생길 것이다. 어디 한번 핵 펀치를 날려봐라. 제발 읽어만 주면 좋겠다. 인제야 조금 진지하게 글을 써보려 하지만 문장은 너무나 서툴고 가볍다. 그러나 나의 글들은 아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일본인이 패터슨에게 노트를 건네며 하는 말을 기억해두자.
"가끔은 빈 노트가 많은 가능성을 주죠"
illruwa
instagram @illruwa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