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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Oct 10. 2020

30초 초상화 '초상화가난다'


나의 할 일은 거의 효율성 부분에서 최악의 경우가 많다.

무엇을 하더라도 시간을 많이 들인다.

사람들은 지구불시착의 생산 능력에 대해 뚝딱하고 만든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그렇지 않다. 종일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뭘 할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이 온종일 따라다닌다.

어떤 날은 도무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오늘이 그렇다.

숨어있는 할 일은 어깨에 올라타 머리를 두드리는데 좀처럼 진도를 빼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그럴 땐 어제 일을 생각한다. 어제라고 다를 리가 없다.

유튜브를 보다가 인스타를 하다가 우쿨렐레를 몇 번 쳐보기도 하고, 반복, 반복, 반복.

가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어제는 그림을 그렸었다.

완성도 없는 그림, 최대한 빠르게 조져버리는 그림이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는 것 같다.

세상에 잘 그리는 사람은 너무나 많으니,

난 빠르게 대충. 이란 콘셉트를 만들었다. 지구불시착 생산능력에 대한 오해의 시발점이다.

가끔 이런 것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눈이 고급인 사람들도 도처에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이런 환청이 들린다. "난 너의 그림은 절대 보지 않을 거야"

마치 온몸으로 거부하는 느낌이 들어 무섭다.

초상화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가끔 만난다. 그럴 땐 정말이지 초상화 값 3000원을 되돌려주고 싶다.

아무리 재미로 하는 일이지만 그림으로 속상할 수도 있다. 3000원이 중요한 게 아닌 것을 안다. 해서 난,

눈치를 본다. 더 깎아내리자면 아직 내 그림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초상화는 기술보다 기로 그린다. 그리다 보면 잠깐의 방심에 기백이 흔들리는 순간이 온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린다. 손이 떨리는 것을 사람들은 금방 알아본다. 그러면 더 떨린다.

그림은 당연히 엉망이 된다. 이런 압박을 견디고 태연한 척 그려야 한다. 30초 이내에 그리는 초상화이지만 3년 치 기를 써버리는 건 아닌지. 피로감이 급 몰려오기도 한다.

그런 중압감 속에서 어제도 초상화를 3장 그리고 가족 그림 주문 1개를 완성했단 말이다.

30초 초상화 '초상화가난다'







김택수

instgram @illruw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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