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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Dec 08. 2018

내가 거울을 보지 않는 이유



     책방을 하다 보면 가난하다고 했다. 그 대신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에 쓰는 비용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건 거짓말이었다. 비용이 문제라면 조금 덜 행복해지고 조금 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웃지 않는다면, 잠을 자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책방을 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부자가 돼 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공사장을 지나가며 생각했다. 지금 나에게는 행복보다 돈이 필요하지 않을까.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너무 많고, 웃는 시간이 너무 많고, 책 읽는 시간이 너무 많다. 나는 부끄러워야 한다. 폐지 줍는 어르신 앞에서, 시멘트를 진 인부 앞에서. 



     어제도 막차를 탔다. 집은 내가 있을 자리가 더는 없다. 아이들의 공간으로 아내의 영역으로 접어지고 나눠질 때마다 나의 공간은 좁아졌다.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난 작아지기로 했다. 접고 접어 구부려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내 자리 인 것이다. 그들이 편안한 숨소리로 채워질 수 있도록 어두운 공간에 내가 만드는 소리는 사라져야 한다. 난 요즘 악몽을 꾼다. 잠을 뒤척이다 첫차를 타고 나온다. 버스에 오르며 운전 기사님에게 또 부끄러워해야 한다. 창에 기대어 악몽을 생각한다. 사람들이 떠나는 꿈을 많이 꾼다. 몇 안 되는 고교 절친이 그랬고, 부끄러브 책모임이 그랬다. 앞으로 몇이 남았는지 모르나 그들이 떠나는 꿈이 계속된다. 그보다 더한 악몽은 없다. 차창에 비추는 난 검은 덩어리가 되어간다. 

내가 거울을 보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뚱뚱하고 못생겨서가 아니라 부끄럽고 꼴 보기 싫어서 일 것이다.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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