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조의 가출
아기 고양이 밥조는 또 모습을 감췄다. 어디를 가서 이틀씩이나 외박을 하는 건지, 밥은 먹고 다니는 건지, 해코지는 안 당하고 다니고 있는지,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한 게 한 둘은 아닌데 좀처럼 말이 없다. 서비스 정신이 없는 고양이다. 장맛비로 하루 종일 손님이 없었는데 그 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아기 고양이 밥조였다. 처음 만날 날 아가임에 틀림없는 고양이가 앵앵거리며 어찌나 온몸으로 울어대던지 보살핌이 필요한가 싶어 다가가면 도망가고, 도망가면서도 멀리 가지는 않고, 울 때마다 삼각 귀가 파르르 떠는 모습이 무엇이 간절했는지 짐작이 갔었다. 편의점으로 달려가 급한 대로 참치캔을 사왔다. 뚜껑을 열자 경계도 잊고 허겁지겁 먹는 모양을 보니 앵앵거림의 이유를 단박에 알겠더랬다. 그 이후에도 밥은 잘 챙겼다. 밥조는 며칠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결과는 가출이었다. 비가 개인 다음날 홀연히 나타나 엎드려 두 팔을 베고 자는 모습에 깜짝 놀라 야! 하고 소리 질렀더니 원양어선 타고 이제 막 돌아온 피곤한 선원 같은 얼굴로 일단 잠부터 좀 자게 신경 꺼!라고 하 듯 뒤돌아 눕는다.
오늘도 비가 하루 종일 온 다고 하는데 대처 이 아기 밥조는 어디 갔을까?
글 김택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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