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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ul 27. 2022

맥빠진 한 주

김택돌



사람들이 모이면 한 주간에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가 있습니다. 나는 매번 한 주간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좋을지 몰라 내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온갖 생각을 떠올려 봅니다. 진짜 별일 없이 보내는 건지, 말주변이 없는 건지, 아니면 둘 다 의심해볼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난주는 맥빠진 시간을 보냈습니다. 10년 이상 함께 해오던 동업자 아이맥이 응급실로 가 있는 상태인데 몸에 맞는 장기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림이면 그림, 문서면 문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때론 TV까지 분신술을 하는 전우치처럼 다재다능했던 맥이었습니다. 부족한 책방의 수입을 대신해 편집과 디자인, 일러스트로 견딜 수 있게 해준 은혜로운 관계의 아이맥이었습니다.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활약을 봤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한류 열풍, 박근혜 탄핵, 월드컵과 평창 올림픽을 아이맥과 함께 했습니다. 어떤 의미로 아내보다 나의 비밀을 알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이처럼 인생의 일부를 떼어간 맥은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아이맥이 없는 일주일간 나는 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읽었습니다.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어떤 글을 쓰고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자! 그렇지만 난 말을 많이 하고 상대방의 말을 금방 까먹는 사람이었습니다. 오늘도 한 주간 이야기 발표로 내 생각만하고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주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나의 아이맥처럼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by 김택돌

인스타그램 @illruw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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