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불시착 김택수 Aug 24. 2022

입상을... 그 다음은

김택돌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내는 순간 마다 눈이 아리도록 집중하는 습관이 있다. 주소와 전화번호가 틀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에 만들어진 습관이다. 그럼에도  자주 틀린다. 한번은 보낸 이와 받는 이를   써서 내가 보내고 내가 받는 결과를 경험했다.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고 답답했다. 오늘은 택배를 3개나 보내야 한다. 스마트  액정 위의 작은 주소와 숫자를 하나하나씩 확인하는 동안에 카톡이라도 오면 나도 모르게 미간을 접고 마는 것이다. 택배를 보내는 동안만은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나의 모든 에너지는 불안정한 무질서도의 최고 수준으로 달한다. 주소를  적고 빌지를 출력하는 순간이면 날카롭던  모든 에너지는 엔탈피의 상태로 돌아온다. 이것이 지구불시착 택배의 법칙이다. 편의점을 나오며 스마트폰 알림을 하나씩 기억해낸다. 행안부의 문자가 하나, 이메일과 스팸 문자, 그리고 사진 공모전의 알람 소식. ‘사진 공모전 입상을까지만 확인했던 문자가 생각났다. 스마트 폰을 켜고 문자를 여는 동안 문장의 완성을 추측해봤다. “입상을 축하해 주세요라던가입상을 축하해드리고 싶었으나” “입상을 주려 했으나” “입상을 줄까 말까까지 다양한 패턴의 익숙한 저주를 떠올리며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문장은 매우 간결했다. 나는 공무원입니다 식의 구조로 수상을 위해 정보 입력을 요청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도  얼마나 기뻤는지 가게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한발씩 번갈아 깡총깡총 리듬을 타며 건넜다. 아마도 횡단보도 신호를 대기하는 버스 운전사가 스킵하는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쳤는지 정신 나간 사람으로 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든 말든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비록 아주 작은 범위의 지역 사진 공모전이지만 무료했던 드라마가 재미있어지는 일대 반전의 전개 펼쳐질 수도 있다. 아내에게  사실을 전했다. 아내는 상금이 얼마냐고 묻었다. 그리고 덧붙여  입상은 자기가 응모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아내 말고도 둘이  있었다. 그들을 포함해 나를 아는 많은 사람에게 축하받았다. 나에게는 작은 사진 공모전으로 끝날  같지 않은 예감이다.  예감이 틀리든 말든 2022 여름의 기념일 하나 멋지게 만들어  것이다.





by 김택돌

instagram @illruwa

매거진의 이전글 텃밭에 비비추가 있는데 가져가실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