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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Dec 19. 2018

좋았다 나빴다 하는 거죠

     어제는 책을 한 권도 팔지 못하다가 폐점 시간에 만취한 손님 둘이 와서 카푸치노를 시켜 드시고 선물로 책을 한 권씩 사 가셨습니다. 하루에 책 두 권을 팔아서는 책방이라 할 수 없겠지만, 공치는 날도 워낙 많아서 두 권이 어디입니까,라며 기쁘게 마감했습니다. 사는 거 별거 아닙니다. 좋았다 나빴다 하는 거죠. 아침 출근길에 구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대뜸 노원구청인데 엣지톡톡 이런 식으로 하시면 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겁니다. 디자인이 안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엣지톡톡이란 예술인 인터뷰 모음집을 편집하고 있었고, 구청에는 가시안이 전달된 모양입니다. 디자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돈을 지급 못한다는 말이 평온한 하루를 작정하고 엉망으로 만들겠다는 심사 비틀어진 어투로 들려서 기가 막혔습니다. 나는 그 사람과 얼굴 한 번 전화 통화 한 번 한 적 없는데도 말입니다. 사실 오전 내내 이 말에 연연하고 있습니다. 툴툴 털어버리고 싶은데도 잘 안되네요.

맥주를 납품하시는 분이 오셔서 무료 커피를 제공했더니 기분 좋게 인사하고 가셨어요. 그 인사를 듣고 저도 약간은 좋아졌습니다. 택배 아저씨에게도 따뜻한 커피를 드려야겠어요. 누구의 탓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날은 조금 더 따뜻한 일을 해 보겠습니다. 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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