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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an 04. 2019

빛 여울, 재즈, 수필집 인연과 편지

    새해가 밝았고 1월이 나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피천득 선생님은 신춘을 말하며 1월은 봄이라 했습니다. 선생님의 그런 마음이 부럽습니다.


    책방은 오후의 빛이 꽉 차 있습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지인에게 쓸 편지를 꺼내 봅니다.

바로 지금 편지를 쓰겠다고 생각한 것은 빛에 너울거리는 나무 그림자가 좋아서가 이유이고, 손님이 드문 것도 이유이고, 들려오는 재즈가 사뿐사뿐해서가 이유이고, 무엇보다도 피천득의 인연을 읽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연은 누가 뭐래도 내 맘속 베스트 오브 베스트입니다. 두 번째 좋아하는 책은 수시로 바뀔 수도 있지만, 이 책만은 최고로 좋아하는 책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왔습니다. 해서 구매도 내가 기억하는 회수만 6, 7회는 됩니다. 가방 속에, 책방에, 여기저기 두었다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선물로 주곤 했습니다. 바로 어제도 알라딘에 가서 책이 보이길래 바구니에 담아두었습니다. 계산대에 직원이 "이 책은 전에도 구입하셨는데 또 구입하세요?"라고 묻길래 망설임 없이 "네"라고 했습니다. 물론 지난번 구매 때에도 똑같은 대화를 했습니다. 아, 오디오 앱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디오는 잘 듣지 않습니다. 역시 종이지 말입니다. 수필에는 집 화병에 꽂아 두려고 장미 일곱 송이를 샀다가 집에 오는 길에 장미를 모두 나눠주는 선생님의 일화가 있는데 이 책을 나눠주는 나의 에피소드와 닮아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인연 나눔을 계속해보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담아 보고픈 사람을 떠올리며 편지를 써봅니다. 만약 나에게 귀중한 보물을 담는 보관함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 넣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보관함에는 이렇게 메모를 적어 함께 넣어 두겠습니다. 빛 여울, 재즈, 수필집 인연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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