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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an 09. 2019

인복은 제대로인가 봅니다

     다시 말하면, 책방은 카페 안에 있고 카페는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나는 협동조합에 가입되어있고, 협동조합을 대표해 카페의 일도 함께 보면서 책방을 운영 중 입니다. 이곳에서 나의 생활은 아침 10시에 오픈, 12시에 알바 선생님 오시면 12시부터 3시까지 자유시간입니다. 주로 이 시간에 외부 일을 봅니다. 그리고 3시 이후부터는 오후 11시 마감까지 쭉 카페에 있습니다. 금요일 토요일에는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알바 학생이 오지만 10시 이후 마감은 내 차지라 결국 월요일 휴무 이외의 시간은 아침부터 밤까지 카페에 붙어있습니다. 커피를 내리고, 맥주를 나르고, 볶음밥과 먹태를 굽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해서 카페를 인수한 거냐는 세간의 질문은 끊임 없습니다. 불행이 손님이 많지 않아 카페는 늘 적자에 가깝고 난 책방을 넘어 카페 적자에도 적잖은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그러나 카페의 수익은 내 재산과 관계가 없고 내 수입의 주는 책을 팔아야 하는 겁니다. 이제까지 책방과 카페의 관계를 묻는 말에 카페 노예라고 말했습니다. 그것보다 명쾌하고 적당한 표현이 없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노예라는 표현을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별안간 드는 것은 그 말로 여러 사람이 불편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제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난 철이 없습니다) 







     카페의 근무 인력은 나를 포함해 알바 선생님, 알바 학생, 그리고 협동조합 이사장님이 있습니다. 이사장님은 식자재와 총괄업무를 담당하지만, 카페에서 일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나는 메니저에 해당하는 업무로 카페 수입과 협동조합 수입, 입점한 동네 아티스트 작품의 관리와 판매 수익 배분 등. 커피를 내리는 일 외에 업무도 꽤 있지만, 워낙 숫자에 개념이 없기에 거의 F 학점 수준의 리포트만 작성하고 있습니다. 알바 학생은 일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만 오는 인근 대학생입니다. 이 친구는 착하고 귀엽습니다. 손님이 워낙 드물기에 알바 시간에 노트북을 열고 열공하는데 가끔 설거짓거리가 쌓여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친구에게 뭐라고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이유는 내가 근무 수칙을 강요하지 않아서입니다. 정확히 지시하면 모든 다 할 수 있는 친구지만 나는 언제나 지시하는 요령이 없고 그 친구는 하필 지시한 것만 잘하는 학생입니다. 나는 그 학생이 아주 좋습니다. 착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입니다. 낮에 근무하시는 선생님, 사실 이분 때문에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주말이나 휴일은 가정일로 일하실 수 없고 늦은 시간도 일할 수 없다 하셔서 12시부터 3시까지만 도와주십니다. 하지만 가끔 내가 오픈하지 못할 사정이 생기거나 외근에서 3시 안에 돌아오지 못하더래도 흔쾌히 오픈해주시고 연장근무도 해주십니다. 선생님은 알바 학생과 너무도 달리 앉아서 쉬는 걸 보지 못합니다. 설거짓거리가 쌓일 틈이 없고 커피기계를 신주처럼 닦아 항상 윤이 납니다. 모든 할 일을 척척하시고, 없는 일 찾아 해주시고 저녁 재료까지 준비해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가끔 맛있는 간식도 해주십니다. 오늘은 볶음우동을 해주셨는데 맛이 끝내줬습니다. 목소리가 조용조용하시고 잔소리도 없으셔서 훈계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주로 내가) 잘 못 한 것을 스스로 처리하시니 부딪치는 일도 없고 감정도 쌓이지 않습니다. 항상 손님이 없어 일하는 시간조차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니 마음씨도 정말 감사할 정도입니다. 내가 이런 분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인복은 제대로인가 봅니다.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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