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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an 09. 2019

만리포, 바다, 맥주

유야



   버스를 타고 만리포에 갔다. 나는 안경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렌즈를 끼고 바다에 갔다. 오랜만에 선글라스를 쓰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선글라스를 써 본지는 일년이 넘었다. 사막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일년이 넘어 선글라스를 썼다. 선글라스를 끼고 해가 지는 바다에서 차디찬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그 이미지로 나는 만리포에 갔다. 만리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적지도 않았지만, 많지도 않았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 해변에 누워있는 사람들. 사람들의 거리는 적당해서 적당한 크기의 해변에 적당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적당한 높이의 바다, 적당한 넓이의 해변, 적당한 사람들의 수. 적당한 바다에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즐기며 놀았다. 나는 물놀이를 하다가도 계속 바다에 누웠다. 자꾸 배에 손을 데고 눕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물개라고 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바다에 누운 느낌은 정말 좋았다. 선글라스 덕분에 눈쌀을 찌푸리지 않아도, 편안하게 하늘을 보며 누워있을 수 있었다. 바다에 누워 물놀이를 하고 해변에 누워 햇빛을 쐬고, 다시 바다에 누워 물놀이를 하고 해변에 누워 햇빛을 쐬고. 몇번을 반복하다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바다를 향해 지는 해를 바라보고. 혹시나 떠오를지 모를 녹색광선을 생각하고. 더할나위 없었다. 해가 지고 냉동실에 넣어놨던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차가운 맥주가 몸속 혈관 구석구석에 닿아 기분은 더 좋아질 수 없었다.


빨리 여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유야 @yooya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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