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그럴수
어느 시인이 보내준 시집을 읽다가
문뜩
저녁이 된 줄도 모르고
해는 이미 서쪽을 파고들었다
말없이 바라보는 나무는 잎이 없다
몇 번을 고개 들어 보아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대로이다
그림
정지된 화면
골목에서
틈틈이 견고해지는 저녁은
늘 이런 식이었다
해가 들어
잠깐
먼지가 반짝이던 때를 그리워한다
일자로 서있던 촛불이 흔들리면
정지된 시간은 깨진다
떨어지는 기술이 낙법
내 마음에는 낙법을 모르고
낙엽은 마음이 없어 모두 죽었다
슬며시 찾아온
저녁의 낙법은 부러운 기술
칼날 같은 바람에
일자로 서있던 촛불이 흔들리면
쿵하고 떨어지던 내 마음은
낙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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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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