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
묘연
만화책을 선물 받았다
그것은 만화책 쪽보다는 선물 쪽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재미있어서
언니 친구가 빌려 갔다
선물 받은 거니까 꼭 돌려달라고 했는데
결국 돌려받지 못했고
언니는 누가 빌려 갔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곤란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만화책이 다시 보고 싶어서
만화가 사촌 언니에게 빌렸다
소장하고 싶은 거니까 꼭 돌려줘
언니는 강조하며 빌려줬다
아주 재미있게 읽고
이번에 만날 땐 돌려줘야지 생각했지만
한 번 더 읽고 싶은 마음에 미루고 있다
그래도 이것은 선물이 아니다
내가 받은 선물은 아니다
이른 새벽 택시 안에서
만화책의 행방을 떠올린다
왜 잃어버렸는지 알면서도
김은지
instagram @ipparan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