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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Jan 27. 2019

인 디 아일

수연

“마치 모두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어딘가로 깊은 잠을 자러 가는 것 같다.”


크리스티안은 퇴근 후 버스를 기다리며 이렇게 생각한다. 차가운 은빛 창고에서 종일 일하고 나오면 이미 캄캄한 밤이다. 햇빛은 보기 어렵다. 집에서도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외롭고 답답한 이 상황에도 그가 일터를 집으로 여기는 이유는 안정감때문이지 않을까?


그의 동료들은 그가 온몸에 문신이 있는것을, 감방에 갔다온것을, 그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던 것을 모른다. 서로의 과거를 모르고 굳이 묻지도 않는다.그는 출근하면 그저 ‘음료진열파트 신참 크리스티안’이 되는 것이다.
또 그들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체스도 두고 소소하게 파티도 하며 서로를 격려한다.


동료들은 누구보다 가깝고 또 먼 관계를 이룬다. 그리고 거기에 속해있는 자신. 참 감사한 안정감이다.






크리스티안을 보며 마트에서 일하던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그때의 나는 학교가 참 싫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는 일하러 갈 시간만을 기다렸다. 일을 하면 몸이 힘들었고 가끔 혼도 났지만, 그보다 즐겁고 다행이라고 느꼈다. 내가 전혀 모르는, 또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할 수 있는 것이 그랬다. 일 하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도 어느 선 이상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관계가 좋았고, 그들 사이 나의 밝고 성실한 모습에 스스로 안심했다.그러다 그들이 선을 침범하면 일을 그만두었다. 관계에서는 안전하기위한 거리가 꼭 필요한 법이니까.


과거의 나에게서, 영화 제목 ‘통로 사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서로 위로받고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 속에 내가 속할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이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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