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순심
사람에겐 기가 있다. 남 말에 잘 웃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사람도 있지만 도통 표정 변화가 없는 사람도 만난다.
내가 웃어도 따라 웃지 않고 무표정을 유지하며 자기 할 말 하는 사람을 만나면 보통 주눅이 드는데,
웃지도 않고, 공감도 안해주지만 나도 그게 재밌어서 덩달아 웃지 않고, 그건 아니라고 말하면서 내 생각을 말하게 되는 사람도 만난다.
따뜻한 사람은 재미없고
차가운 사람은 왕재수다.
밖으로 뜨거운 감정을 내보이는 것은 손해. 이 말은 진짜 내가 그렇게 믿어서가 아니라, 이미 사회가 그런식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적응 혹은 체념식으로 하는 다짐같은 것.
사람을 만났을 때 좀 더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걸, 지금 생각하는걸 말로 표현할 필요를 크게 느낀다. 알아서 배려해주길 기대하는건 좀 더 이른 나이에 떼는게 나은 것 같아서.
내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면 작은 선택들부터 스스로 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오늘 점심으로 먹고싶은게 진짜 아무거나인지, 배달이 안돼서 600미터 걸어가야 먹을 수 있는 짬뽕이 먹고싶은데 니가 귀찮아할게 뻔하니 말하지 않는 것인지.
내 몸은 몹시 피곤하여 가만히 이불에 누워있어야하는 컨디션이라면 죄책감없이 딱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던지.
남들 다 재밌다는 영화가 내 취향에 실망스러웠다면 내 취향을 믿는거.
by 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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