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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Feb 25. 2019

가장 좋아하는 것

by 수연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의 마지막 장면. 아비게일의 머리채를 잡고 위태롭게 서 있는 여왕과, 머리채를 잡힌 채 무릎꿇고 여왕의 다리를 주무르는 아비게일, 방 안을 정신없이 맴돌며 먹이를 찾는 토끼들을 보고 생각을 많이 했다. 원하는대로 행동하고 다 가진 여자들은 왜 저리 공허해보이는가? 분주한 토끼들처럼 찾을 것이 남아있을까? 영화 속 인물들의 Favourite은 각각 다 달랐고, 결국엔 모두 만족하지 못한다. 그들은 끊임 없이 무엇을 원하고, 되려하고, 가지려고 한다. 원래 삶의 목적은 각자의 ‘Favourite’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는것일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화려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도 항상 무엇을 원하고 사는 것 같다. 원하지 않고 산 적은 없지만 차이가 있다면 Favourite, 가장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계속 변화해왔다는 것 같다.


 고등학교때는 자유로운 대학생활을 원했다. 성적은 좋지 못했고 그냥 ‘대학생’을 원했다. 졸업하면 대학생이라는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기라도 하는듯이, 어디든 상관없이 그것만을 원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나서는 더 나은 외모, 예쁜 옷, 내가 번 돈, 일터에서의 재능 등을 원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른데, 어떤 것에 절대적 의무, 본질이 정해져있을 순 없겠지만 나는 매번 그렇다 할 것에 한참 멀어져있었다. 고등학교때 오자 야자 토자 일자를 하면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니 학교가 동굴같이 컴컴하고 답답하고 내 마음도 그랬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어 자유로워졌고, 원하는 것을 차근차근 이뤄냈지만 공허하기만 했다. 일터에서의 인정, 재능은 내 학교생활을 채워주지 못했다. 외양을 가꾸려는 욕구는 계속 더 커졌고, 커진만큼 더 만족하지 못하고 속이 시커매졌다. 수백만원을 내고 들어간 대학에서 내가 쫓을 것이 이런것들이였을까? 너무 멀어져 원점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느꼈다. 원하는게 무엇인지 몰라 죄책감만 커졌고, 안정을 찾기 위해 계속 이상한 곳으로 회피하려했다.


 영화를 보고는 그런 것을 떠올렸다. 지금은 예전의 것들이 나의 Favourite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제 회피, 상승, 조건 등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 곁에서 싫어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예쁜 것을 사고싶어하고,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싶어하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예쁜 것을 사서 내가 갖느냐와 좋은 사람에게 선물할 것이냐 중 선물하는 것을 선택하고 싶다. 또 사는 것보다는 만들고 싶다. 지금 내가 불행하지 않다, 충분하다고 느끼는데도 원하는 것이 많은 것을 보고, Favourite을 쫓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만족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졌으니까.영화 속의 여자들이 끊임없이 공허한 이유는 유한한 물질적 조건을 무한하게 바랐기 때문에, 혹은 감정이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불행하지 않으려면 100% 행복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엇을 원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귀족 가문이 몰락해 신분이 하락한 아비게일은 밝고, 착하고, 당찼으나 궁전에서 보고 누리는 것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더 화려한 자신을 위해서 악행도 서슴치 않는다. “저도 제가 이만큼 악해질 수 있는지 몰랐어요.” 라는 말을 하며.그치, 원하는 것과 나의 마음, 태도는 환경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내가 스스로 쌓아온 짐들을 내려놓은 지금은 과한 것을 바라지도 않고, 악한 마음을 갖지도 않는데 환경이 달라져도 그대로일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도 이만큼 만족하고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곤한다.


 지금 다시 Favourite이 생겼다. 환경이 변해도 좋은 사람들과 가꿔온 좋은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어디에 있든 원하는 것이 더 따듯함을 위한 것이였음 좋겠다.







by 수연

instagram @yoridogjorip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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