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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Feb 22. 2019

좌우비대칭


  요즘은 도시락을 먹습니다. 아내는 점심과 저녁 도시락 두 개를 챙겨줍니다. 오늘도 도시락을 먹습니다.

  점심이 지난 3시에서 5시 사이에는 카페를 찾는 손님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서 그 시간에 점심 도시락을 먹습니다. 이렇게 넓은 공간에 혼자서 도시락을 먹습니다. 어딘가 외롭습니다. 이렇게 꼬박꼬박 매 끼니를 챙겨 먹어도 되나 싶습니다. 어느샌가 서글픔이 숟가락 위에 올라옵니다. 그걸 꾸역꾸역 씹어 삼키니, 이번엔 불안함이 … ….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상념을 털어내고 도시락을 빠르게 먹어치우고 커피를 준비합니다. 요즘 아이스 라테를 즐깁니다.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이 시간에 아이스 라테의 얼음이 녹으면 잔에서 '차랑' 소리가 들립니다. 혼자라는 시간, 깊은 고요, 손길을 기다리는 책, 그 위로 선명한 온기를 가진 햇볕이 사선을 그으며 내려앉습니다. 그런 변하지 않는 풍경에 나는 또 불안해합니다. 창밖을 응시하면 모든 것이 목적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그렇고 차들의 경적이 그렇습니다. 나는 아무런 목적을 갖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차랑'얼음이 또 한 번 소리를 냅니다. 나는 불안해합니다.





  아내의 도시락은 볶음밥입니다. 너무 맛있습니다. 이랑이 노래를 부르고 나는 노래가 질리면 아무 때나 가수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커피는 얼마든지 마실 수도 있고, 은은한 빛이 스미고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습니다. 독점한 카페에서 자리를 돌아다니며 아이스 라테를 마셔도 봅니다. 얼음이 녹으면 잔에서 '차랑' 소리가 납니다. 나는 얼마 전부터 이 소리를 듣기 위해 아이스 라테를 마시고 있습니다. 창밖에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에 황사마스크를 쓰고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차들의 스피드는 맹목적입니다. 여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 모습은 어지럽습니다. 난 조용히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려볼까 생각해봅니다.



좌우가 다른 오후 세 시는 매일 찾아옵니다.



by illruwa

instagram @illruw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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