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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Feb 21. 2019

리듬이 없는 밤

by  승민

리듬이 없는 밤





  

리듬이 없는 밤에


조그맣고 어린 내가 아빠 품에 안겨있던


리듬을 떠올린다


티비 앞에서 꾸벅 졸다가 아무렇게나 퍼질러져버리면 아빠는 나를 옆으로 사뿐히 안아 들어올렸다


그럼 나는 눈을 감고 곤히 자는 척을 한다




아빠 발걸음만큼의 리듬을 기억한다


조용한 바다 앞에서 해먹이라도 달아놓고 그 위에 눈 감고 있으면 다시금 느낄 수 있을까


어디에도 없는 리듬




발걸음만큼의 리듬


거실에서 안방까지 이어지는 떨어지고 싶지 않은 그 시간 속에서


지금의 나는 계속 추락 또 추락


지금이 지가 지금이라는 걸 잊고


종종 그 시간 속에서 눈을 감는다




이불 위에 뉘이자마자


엎질러진 잔처럼 잠을 쏟아내면


흐트러진 잠마저 조용히 빛을 내던 그 때다


발걸음만큼의 리듬 위에서


늦가을의 나뭇잎과도 같은 밤의 춤을 추며


곤히 눈을 감았던 그 때다




바보같은 하루를 보내놓고도 아무것도 모르고 곤히 눈을 감았던 그 때




리듬이 없는 밤에


사방이 너무 고요해서


지난 기억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낙엽의 움직임을 기억해낸다


마른 나뭇가지 끝에서 휘청대던 춤사위는


휘이휘이 떨어져내린다




추락하던 중 불현듯 생각


이제 없는 그 때는 다시는 없을 것이다


종종 지금이 지가 지금인 것을 잊어도


지금은 결국 지금인 것이다




리듬이 없는 밤에는


떨어지는 리듬을 다시금 만들어야겠다


휘이휘이


다음부터는 내일부터는


흥얼흥얼 노래하며


나의 발걸음을 움직이기 위함이다


그렇게 생긴 발걸음만큼의 리듬으로 전혀 다른 리듬으로 매일의 하루를 끝내고 싶다


머물러 있지 않도록




리듬 속의 나는 붉은색 검은색으로 물들기를 반복한다


떨어짐의 끝에는 일몰이 가득 퍼진 바다가 있기를 매일 같이 소원하면서


한없는 잠 속으로 떨어져간다.






by 승민

instagram @seungm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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