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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Mar 08. 2019

라스트 카니발-어쿠스틱 카페

by 김은지


 

  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 중의 하나는 어쿠스틱 카페의 ‘라스트 카니발’이다.  

  한 곡 반복 재생을 설정해 놓고 공모전에 보내기 위한 시를 퇴고했다. 음악에 맞춰 내가 쓴 시를 소리 내어 읽었다. 오탈자도 발견하고, 눈으로 볼 땐 몰랐다가 소리 내어 읽어보니 어색한 부분을 다듬었다. 갑자기 고민했던 부분에 딱 어울리는 문장이 떠올라 추가했다. 

  ‘라스트 카니발’은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질리지 않는다. 피아노 전주를 들으면서 호흡을 고르면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될 때부터 차분해진다. 나는 밝은 성격에 농담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진지해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묵직한 현악기의 연주가 서서히 느려질 때, 나는 왠지 내 안의 슬픔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있다. 남들에게 감춰온 솔직한 감정을 시의 문장으로 쓸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울고 싶어지면 울 수 있다.

  요즘은 우울할 때 버티는 요령이 조금 생겼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포기할 건 포기한다. 투정으로 풀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깊은 우울에서 빠져나오는 건 여전히 어렵지만....

  ‘라스트 카니발’을 들으면서 시를 쓸 때는 “진지한 건 지루한 것이 아니다” 라고 믿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컨디션을 우선하지 않았다. 나약함이나 고통도 글에 온전히 담기면 다른 층위의 충만함이 찾아왔다.

  봄이다. ‘라스트 카니발’은 이 계절에도 나에게 몇 편의 시를 남길 것이다. 




by 김은지

instagram @ipparang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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