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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Mar 28. 2019

그 바다에서

by 유야




 좋아하던 글의 진실을 확인하기 까지는 2년 정도가 걸렸다. 그 글이 아주 잘써진 글, 명문의 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기 위해,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글을 작은 화면으로 눈아프게 읽었다. 뭐라도 읽어야만 할 때가 있었다. 그 글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생각날때마다, 그 바다가 보고 싶어질 때마다 읽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언젠가 경주에 간다면, 그 바다를 꼭 보러 가야겠다는 다짐 뿐이었다. 단지 그것이었다. 2년이 지나고, 나는 경주에 갔다. 생각보다 늦게 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경주에 가기 전날, 나는 그 글을 다시 읽었다. 그 바다가 어디쯤일지를 검색해보았다. 


  



 한옥에서 잠을 자고,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고, 나는 글에 씌여진 대로 바다에 갔다. 100번 버스를 타고 한시간정도 달려 슈퍼 앞 정류장에서 내렸다. 슈퍼 옆 담벼락에는 바다로 가는 길이라고 씌여져 있었다. 나는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에 갔다. 날씨는 좋았고, 바람은 많이 불었다. 바다는 조용했다. 몽돌이 쌓여있는 해변에는 사람들이 적었다. 낚시를 하는 사람, 산책을 하는 노부부.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꽤 멀었다. 나는 몽돌 위에 앉아, 선물할 돌을 고르고, 손을 잡고 잠시 누웠다. 돌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가, 돌 구르는 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손은 따뜻했다.


  





by 유야

instagram @yooya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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