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만 예뻤나, 나도 예쁘다
그녀는 예뻤다. 볼에 한 가득 주근깨가 박혀있어도, 그래서 볼이 빨갛게 변했어도, 머리카락이 만성 곱슬이라 폭탄 맞은 것처럼 됐어도 그녀는 예쁘다. 원래 예쁜 배우가 맡은 역할이니 당연한 소리지만, 무슨 짓을 해도 예쁜 그녀가 극 중 더 예쁘게 느껴지는 이유는 주근깨와 폭탄머리 따위로 가릴 수 없는 또 다른 매력들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몇 년 전, '그래도 나는 예쁩니다'라는 카피가 나오는 음료 광고를 본 적이 있다.(한 번도 사마신적이 없어서 그 음료가 뭐였는지는 기억은 못하지만. 허허) 그 문구가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작은 그림을 끄적끄적 그렸다. 살면서 나에게 진심으로 '예쁘다. 잘했다.' 칭찬해주는 순간이 얼마나 있었나 싶었다. 유독 다른 사람에겐 관대하고 자신에겐 인색했던 나는 특히나 더. 그래서 그 문구를 되뇌며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줬다. 그런데 몇 번을 되뇌며 느낀 건 다른 사람에게는 입이 닳도록 하던 예쁘다는 칭찬이 정작 자신에게는 해본 적이 없어 어색하단 거였다.
왜 그렇게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지 못했는지, 그 이유가 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내가 기억하지 못한 순간 받았던 상처로 인한 열등감이 남아 유독 자신에게 인색하게 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첫째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던 부모님의 기대에 대한 부담이 습관이 되어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데 뭐 그 이유가 뭐든 이제는 상관없지 싶다. 나 때문도 아니고, 심지어 이제 돌이킬 수도 없는 과거의 어떤 이유들 때문에 스스로에게 인색하게 굴 필요는 없는 거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래도 나는 예쁩니다.' 말할 수 있는 당당함이 더 나를 예쁘게 만들 수 있는 거니까.
그녀는 예뻤다. 그리고 나도 예쁘다. 호호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써버린 이상 오래오래 신비주의로 남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직도 당당함이 덜 생긴 이유인 걸까... 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