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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고 아름다운 Apr 27. 2020

보호자는 전데요.

My gaurdian is myself


SNS에는 #비혼여성의삶 이라는 해쉬태그로 비혼인 여성으로서 살며 장점인 것들, 혼자라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볼 수 있다. 비혼이라 가능한 세계를 이야기하고 가부장제 밖의 삶을 보게 하기도 한다.


가장 매력적인것은 자유이다. 생활의 모든 것 선택과 지향을 나를 중심으로 할 수 있다.

반려자의 가족에 투입?되면서 생기는 엑스트라 시간과 에너지라던가,  내 눈에 가시 같은 동거인의 못생긴 물건을 보지 않아도 되고, 청소 방식 물건 정리하는 방식 등의 선택 앞에서 나의 결정이 가장 중요시된다. 정치, 경제, 생활 전반의 모든 선택이 자녀나 배우자로 인해 바뀌거나 생각을 조율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선택들이 나를 뭉툭하게 만들지 않아도 되기에 온전히 내 방식으로서의 삶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만 살면 된다.

이렇게 좋은 것들이 많이 있지만, 혼자여서 아쉬운 점 역시 많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임대주택 신청 시, 비혼 1인 가정이 받을 수 있는 점수란..거의 없다.


곧 있으면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이 처음은 아니다. 미취학 아동 시절 큰 수술을 받았다고는 하나 어떤 과정과 공포가 있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어렸다. 40키로대의 마른 엄마가 뚱뚱한 나를 앉고 주사 맞으러 이방에서 저 방으로 왔다 갔다를 하느라 허리가 아팠다는 이야기만 기억 속에 남아있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면 최소 24시간은 보호자가 옆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간호사 선생님에게

"그럼 보호자가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요?"


"음 간병인을 구하셔야 하는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간병인 구하기가 좀 힘들어요.

친구도 상관없어요. 꼭 가족이 아니어도 돼요."


“보호자가 꼭 필요한가요?”


 “수술 수 보호자가 옆에 최소 24시간은 있어야 해요. 밖에 간호사가 있지만 숨쉬것도 계속 확인해야 하거든요”


"?......"


친구도 괜찮다고 하기에 누구에게 부탁할까? 한참을 생각해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간병이란 그냥 옆에 와 앉아있는 것이 아닌 궂은일을 하게 될 수도 , 보고 싶지 않은 꼴을 보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걸 부탁할만한 친구를 생각해 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중간점검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가까운 사람,  어려운 일을 부탁하는 일 두 개다 찾지 못했다.

개인 스스로 모든 책임을 다 지고 혼자 움직이는 것은  자유롭지만 막막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나 스스로를 보호자라고 생각가며  지내왔는데 이제 앞으로 점 점 잦아질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에게 기대어야 할지 이런 고민을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런 비혼 여성에게 보호자가 되어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건 누가 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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