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하고 아름다운 Sep 11. 2020

내 꿈은

빈센트는 아니지만 나도 테오가 있으면 해

"콩이 인스타 계정 만들어요, 너무 귀여워 우리 콩이"

나는 생각했다 나도 네가 아이돌이면 좋겠어..


조카가 말했다.

"뭘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우리 집에서는 제일 유능해 보이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돈을 잘 버는 것이라고 했다.

20년을 더 산 나는 일반적인 이모라면 했을 조언이나 충고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럴만한 입장도 아니고 각자 자기의 고민의 답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 대신

그럼 나는 너희 집 청소 같은 거 시켜줘 나중에..

"이모는 이모집도 청소 안 하잖아요."

이미 나를 잘 알기에 혈연이라도 취업이 쉬울거 같진 않아 보였지만 잠깐 누구한테 내 몸을 의탁해서 먹고사는 생각을 하니 불안해서 한없이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펴지는 기분이었다.

생각만으로도 잠시 어제의 무능한 나의 마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이효리의 동생이 되어 사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의지할 곳이 생기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잠시나마 마음이 가벼웠다.

내가 무너져도 잡을 기둥 같은 게 있다는 기분, 발이 닿지 않는 물 위를 수영도 못하는데 떠다니는 생활이 지겹다는 생각으로 지냈는데 말이다.

난 이미 그녀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명절 선물로 받은 한우세트를 보고 나중에 이모도 이런 거 사줘 난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거든 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나이 더 먹었다고 부리는 유세, 내가 해봐서 아는데도 없고, 염치도 없는 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독립적이고 멋진 인간이 되는것은 어렵고 높고 요원하고

너무 솔직한 것은 부끄럽다.



이전 28화 다른 사람의 창작물이 보기 싫어질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