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는 아니지만 나도 테오가 있으면 해
"콩이 인스타 계정 만들어요, 너무 귀여워 우리 콩이"
나는 생각했다 나도 네가 아이돌이면 좋겠어..
조카가 말했다.
"뭘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우리 집에서는 제일 유능해 보이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돈을 잘 버는 것이라고 했다.
20년을 더 산 나는 일반적인 이모라면 했을 조언이나 충고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럴만한 입장도 아니고 각자 자기의 고민의 답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 대신
그럼 나는 너희 집 청소 같은 거 시켜줘 나중에..
"이모는 이모집도 청소 안 하잖아요."
이미 나를 잘 알기에 혈연이라도 취업이 쉬울거 같진 않아 보였지만 잠깐 누구한테 내 몸을 의탁해서 먹고사는 생각을 하니 불안해서 한없이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펴지는 기분이었다.
생각만으로도 잠시 어제의 무능한 나의 마음은 어디로 사라지고 이효리의 동생이 되어 사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의지할 곳이 생기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잠시나마 마음이 가벼웠다.
내가 무너져도 잡을 기둥 같은 게 있다는 기분, 발이 닿지 않는 물 위를 수영도 못하는데 떠다니는 생활이 지겹다는 생각으로 지냈는데 말이다.
난 이미 그녀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명절 선물로 받은 한우세트를 보고 나중에 이모도 이런 거 사줘 난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거든 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나이 더 먹었다고 부리는 유세, 내가 해봐서 아는데도 없고, 염치도 없는 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독립적이고 멋진 인간이 되는것은 어렵고 높고 요원하고
너무 솔직한 것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