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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고 아름다운 Sep 16. 2020

다른 사람의 창작물이 보기 싫어질 때

스스로의 성과가 형편없고 초라할 때 다른 사람의 결과물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 중에 하나이다.


걸으면 막혀 있는 생각이 조금 뚫리기도 하고, 잠깐이나마 몸과 눈을 계속해서 움직이며 새로운 것들을 보아야만 하기에 머릿속에 오물이 고여 썩어가는 걸 막아주는 기분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꽉 들어차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곳을 흩트려놓아 공간을 조금 내주어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 준다. 요즘에는 어떤 풀이 어떤 나무가 새로 잎을 내고 하엽을 하는지, 지나가는 개의 실룩이는 걸음걸이를, 그가 어디에서 냄새를 주로 맡는지, 비슷한 목적으로 조깅이나 산책을 나왔지만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 한강에 장마로 물이 가득 찼을 땐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물이 조금 빠지니 돌아온 한강 다리 밑에 사는 기다란 종류의 새들이 보인다.

그렇게 어제는 송은이랑 장항준이 하는 영화 팟캐스트를 들으며 만 칠천 걸음을 걸었다. 너무 웃겨 소리 내며 웃으며 걸었다. 계속 움직이게 해 준 콘텐츠가 없었으면 걷다가 또 내 생각에 빠져 금방 집으로 울며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어제 편에는 천명관이 영화감독 지망생이었고 오랜 시간 동안 시도했음에도 입봉 하지 못해(하다 하다 장항준도 입봉 하는데 내가 못하다니 하며:장항준 감독의 표현 인용) 포기하고 글을 쓰게 되었다는 비화를 들었다. 그래서 소설을 쓴 게 <고래>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꿈이었던 첫 영화를 찍었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고래는 나에게 소설이라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작품이다.)

감히 천명관과 나를 비교하는 것도, 감정 이입하기도 어려운 이야기 었지만.. 대단해 보이는 무언가를 창작한 사람도 실패를 하고 돌아설 때가 있구나, 다른 사람들이 다 감독이 되었을 때 어땠을까? 장항준이 오랜만에 전화해서 자기 입봉 했다고 했을 때 충격받았다고 후에 이야기했다고 했다.

유명한 코미디언이 자기만 집에 있고 자기와 놀던 친구들 모두 티브이만 돌리면 나와서 티브이를 보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는 말을 기억한다.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그런 사람들이 어딘가에 많이 있겠지.

그 사람들 중 하나가 나 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 이야기로 남았다.

 

누군가의 성공한 이야기는 역시 흥미롭고 자극된다.

성공한 이야기보다 실패한 이야기가 세상엔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이야기는 아무도 듣고 싶지 않아 하는지 세상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만큼 나 스스로에게 그만한 가능성이 있는지 스스로 답을 하지도 못한다. 창작하는 사람에게 그것이 없다면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 여기 이렇게 있는 게 맞는지 질문만 할 뿐이다.

앞으로 가지도 뒤로 가지도 못한 채 말이다.

이 의심에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도 역시 창작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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