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스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하고 아름다운 Jun 03. 2019

가령취의 시작은 40대 후반부터

'냄새의 원인은 노네날안데하이드 (C9H160)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냄새 잡는 PH-밸런스 샤워기

세계 최초 와류방식의 음이온 자화수 기능을 더하여 약 알칼리성인 전환수로 바꾸며 일라이트 필터의 원적외선 방출.....'


<가령취의 시작은 40대 후반부터 > 사무실에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에 매일 거재되는 냄새 제거 샤워기? 광고이다.


나는 냄새를 잘 맡는다.

개로 태어났으면 공항에서 검사대에서 일했을 것이다.

이건 장점일까 단점일까?

그것 때문에 힘든 날이 좋은 날보다 많았다.

장거리 기차에서 옆에 앉은 사람 때문에 버스에서는 냄새로 멀미가 생기기도 했고 우연히 얻어 탄 차에 있던 방향제는 내 골을 흔들어 놓고 몇 시간은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한번 진동이 시작되면 그날 하루가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턴가 나는 극도로 예민해진 후각과 청각 때문에 괴로워졌고

가방에는 응급처치 키트가 늘 준비되어있었다.


-마스크: 검정 마스크

면 마스크 한 겹으로도 가벼운 냄새들은 한번 걸러진다.


-미세먼지 마스크: 미세먼지 때문에 샀지만 어느 날은 이 마스크를 껴고 그 위에 검정 마스크를 덧 씌워 이중 차단을 시도하기도 했다.


-휴지 : 휴지를 작게 말아 코를 막는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면 흉한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지 않아도 된다.


-호랑이 기름 : 언니에게 나의 괴로움을 말했더니 언니가 이걸 한번 발라서 더 센 냄새로 코를 마비시키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단점은 따갑고 주변 사람에게도 냄새가 난다는 것 ㅠㅠ


-약: 병원에 가서 내 증세를 호소했더니

   나의 불안증세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소머즈처럼 각종 감각이 최고로 집중한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보통의 편안한 상태라면 잠깐은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지만 나는 종일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밖에만 나갔다 오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기절했던 것이다.

온몸에 힘이 빠져 손에 힘이 없다는 느낌을 자주 받고 체력이 없어 간단한 일들을 할 수 없어 일상생활이 엉망이 되었다.

약은 냄새 자체를 안 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긴장을 없애주고 몸을 이완해주는 약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사무실에선 위의 것들을 하기 어려웠다. 

유난을 떠는것도 혼자있을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가령취란 더해진 나이 냄새라는 뜻이다.

나도 이런 말이 있다는 걸 여기 매일 오는 신문광고로 처음 알게 되었다.


매일 적응하고 환기를 시킨다.

나를 갑자기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키는 일은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적응 중이다.

예민함은 쉽게 무뎌지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사무실이 생긴 이후 한 번도 안 빨았을 같은 모든 방석을 빨았다.

그러면 없어질까?


자신의 것은 이미 익숙해져 버렸기에 스스로는 맡지 못한다. 

입냄새도 마찬가지이다. 본인만 모르고 주변은  다 아는 것이다. 

생활 환경, 이불, 빨래, 몸, 옷,  청결상태, 그사람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래서 숨길 수 없다. 

숨길 수 없는것으로 사랑, 기침, 가난이 있다는 말을 어릴때 엄마한테서 들었는데.

냄새 역시 그렇다. 내가 늘 숨기려 했던 것이기에 유독 민감한지도 모르겠다.



+숨길 수 없는게 하나 더 있는데 무식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크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