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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고 아름다운 May 31. 2019

박양

Ms. Park

오랜만에 독일에서 친구가 왔다.

카티는 친구의 친구였지만 내가 그녀의 다큐멘터리의 출연? 하게 되면서 어쩌다 한국에 올 때마다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하프 한국인으로 한국말을 거의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로 이야기하는데, 나의 엉망인 영어에도 불구하고 들어줄 마음이 있어서인지 의사소통은 순조로웠고, 내가 사람을 만나기 싫었을 때에도 그녀를 만나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관 같은 우리 집에서의 인터뷰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어쩌면 그녀가 내 생활권 밖에 있는 사람이어 서일 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한국에 어학연수 하러 왔을 때 자기가 고시원에 살았는데 너희 집은 고시원과 다르다며

much bigger and better 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너무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말하지 못할 일을 이야기하는 게 만드는 그녀는 상담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래서인지도 나만 일방적으로 얘기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카티가 한국에 왔다고 연락이 되어, 카티는 원래 모범의 독일 시절 친구이기에 모범의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그곳엔 카티의 한국인 엄마도 오셨고, 그녀는 독일에 간호사로 갔다는 역사 속의 그 간호사였다.

그녀 역시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주어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 다큐멘터리를 아직 나는 보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상영회를 해야 하나? 그 다큐를 본 사람들은 모두 나를 좋아한다고 했다.

응? why라고 묻지는 않았다.


하와유로 시작한 우리 대화는 이런저런 근황 토크를 하다가

내가 bread earning job을 가지게 됐다고, 취직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나는 그곳에서 Ms. Park이라고 불린다고 했는데, 나의 1차원 영어로는 어감이 전달되지 않았다. 영어로 미스 박은 상당히 정중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ㅠㅠ 한국에서에 그 말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위치를 어떻게 설명할까 하는데

아 영어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답답해하는데

카티 어머니가

"어머 정은 씨를 회사에서 옛날 다방에서 그 미스박~ 부르듯 그렇게 부른다는 거예요? 지금? 하 하 하"

그러고는 독어로 카티에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나는 kind of accountant-ish 한  assistant, cleaner, secretary 인 내가 하루 종일 손톱 다듬으랴 엑셀 하랴 팩스 넣으랴 심심하지만 바쁜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를 했다.

"나 첨으로 팩스 넣는 법도 배웠어"

카티는 ㅋㅋ 웃으며

"오 마이 갓 요즘에도 팩스 쓰는 데가 있어? 너 2019년에 있는 거 맞아?"

아니...

요즘 회사에서는 팩스를 안 쓰나?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다른 회사는 어떤지 외국회사는 어떤지 전혀 알리가 없었다.


내가 취직하기 전에는 이 자리에는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 미스 송이 있었다. 이 자리는 직책도, 호칭도 명함도 따로 없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녀 다음으로 이곳에 온 나는 미스박이 되었고, 익숙한 호칭은 아니지만 싫지도 좋지도 않은 그냥 큰 거부감이 없는 단어였다.

가끔은 박양이라고 하시기도 하는데 어떤 게 더 좋은 호칭인지 우열을 나누기가 어려웠다.


그림 그리는 일을 하면서는 나는 작가님, 선생님 하는 호칭을 주로 들었는데,  마음 한구석에 늘

 이 돈 주면서, 이런 대접하면서 왜 호칭만 선생님이라고 존칭을 하는 걸까 늘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존중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해주길 늘 바랬다.

선생님이라는 말은 지하철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이 1000원을 지불하는 고객에게 하는 것이기도 했고,

어느 날부터인지 관공서에 가면 민원인을 호칭을 선생님이라고 통일했다.

진상을 피우면서 소리 지르는 민원인도 선생님이고 점잖은 민원인도 선생님이 이었다.



이제는 미스박 하면 바로

"네"가 자동으로 나온다.



*bread earning job

돈 버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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