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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하고 아름다운 Jul 16. 2019

저런 곳에도 사람이 살까?

도심을 걸어가다 지인이 한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눈을 돌려 본 곳엔 허름한 아파트가 있었다. 하정우가 주인공인 영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낮은 한동짜리 아파트 복도식으로 모든 주민이 들어가고 나오는 걸 볼 수 있는 40년은 넘어 보이는 곳.

그 아파트는 2년 전 매매가 2.5-2.9천만 원이었다. 저런 곳엔 사람이 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녀가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거칠고 험한 것을 보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이 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효자동 통인시장 입구의 낡고 무너 저 내릴 것 같은 작은 상가아파트는 3억 7천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과 연결되어있으니 얼마나 많은 벌레들이 살고 있을까. 지하에 시장이 있는 낙원빌딩에서 보았던 바퀴는 내 평생 본 것의 수보다 많다. 내가 살 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신호등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릴 때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차를 샀을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차를 어떻게 샀지? 다들 좋은 직장이 있나?

조금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도 다들 제각기 자신에게 맞는 곳에 취직을 하고 자기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구나 나는 왜 못할까?

또다시 나의 무능을 탓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도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열심히 살았어야 했는데,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평생 내 차를 탈 수 없는 벌을 받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신호가 바뀐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을 해 왔지만 내가 모아놓은 돈은 없었다.

먼지 같은 청약, 적금 등은 돈이 없을 때마다 깼다. 다시 가입했다를 반복했다.

청약만큼은 깨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하늘을 봐도 돈이 나올 구멍이 없을 때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가르는 거니까.

인생을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고민했고 사는 것이 즐거울 리 없었다. 매달 얼마 되지 않는 월세도 내지 못할까 봐 집세 내는 날이 다가올 때면 전조 증상들이 생겨났다. 편두통과 불안, 우울, chain of thought

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내 하루를 굴렸다.


취직을 한 해부터 청약을 다시 가입하고 적금도 들었다.

그 돈으로 택배 상자 같은 곳의 전세도 얻을 수 없고, 전세대금 대출도 받을 수 없다. 대출을 90프로 이상 해주는 곳은 부모 빼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출도 돈이 얼마 있어야 시작이라도 해보는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전에는 그런 생각도 해볼 일이 없었다.

그래도 이런저런 희망 같은걸 찾아다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다른 방법은 없는지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은  

임대주택 신청 21점 만점 3점을 얻게 된 나는, 왜 나는 청년이 아닌지, 신혼부부도 아니며, 자녀도 없고, 한부모가정도 아니기에 비빌 언덕은 나라에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다들 청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면 다들 자립을 해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구나.

희망을  찾아보려다 나는 또다시 현실 앞에서 부정적인 것만 남아있음을 발견했다.

돌아 돌아와도 이런 모습인 내가 더 싫어진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고, 상황이 나아지거나 달라지지도 않았다. 월급이라는 윤택함이 생기고 크 돈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가슴을 누르고 졸라맨듯한 막막함이 있다.

막막함 사이사이에 나는 여유를 찾고 희망을 찾아본다. 그렇게까지만이라도 된 게 어디냐 생각하며.


나는 저런곳에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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