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디테일에 집중을
그림을 다 그렸는데 허전하거나 부족해 보인다면, 그 아쉬운 부분이 어디인지 스스로 찾아본다. 물론 자신이 쉽게 만족을 하는 편이라면 거기서 그림을 끝내도 좋다.
그림의 완성은 시간으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고, 하얀 도화지가 꽉 찼다고 완성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가 완성인지는 자기 자신만이 안다. 내 맘에 들 때가 완성인 것이다.
물론 마감이 있는 일이라면 마감날짜가 완성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기본적인 구조, 형태, 내용을 뚫어지게 본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창작은 맞고 틀리고의 기준이 없으니, 이런저런 경우를 다양하게 고려해본다.
그래서 나온 것이 final-1.jpg, final-2.jpg, final-3.jpg 등의 최종의 최종 버전이다.
한 가지 사물을 다 그렸는데 심심하다고 느껴질 경우 완성도의 부족함 일 수 있다. 완성도를 보완을 위해서는 질감, 명암, 채색, 밀도의 강약, 면과 선등을 다듬으면, 완결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건축을 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소파의 텍스타일을 고르는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쉬울까?
그림의 질감을(texture) 보자. 질감이라는 단어는 낯설지도 모르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내가 보고 사용하고 입고 먹는 것들에는 모두 질감이 있다.
지금 있는 곳의 바닥은 어떤 모양의 어떤 색 어떤 결로 이루어져 있는지? 책상은 어떤가?
아마도 아래 그려진 무늬들 중 하나일 것이다. 장판, 우드 룸, 모노 룸, 타일, 종이, 진짜 나무, 외국 강당의 격자무늬, 정사각형의 대리석, 지하철 바닥, 보도블록 등 그 모양은 제각각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 안에 무늬가 있고 그것이 형태 안에 이 면을 이루는 질감이다.
이런 무늬들은 바닥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식물 동물 같은 자연물에서부터 인공적인 목욕탕 무늬, 눈에 익은 모자이크, 헤링본 재킷, 피부조직, 까지 다양하다.
옷의 조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규칙적인 무늬가 반복적으로 채워져 있다. 색은 어떤가? 어쩌면 0.2m 사이로 색이 불규칙적으로 다를 수도 있다. 늘 봤지만 무심하게 지나간 것들을 한번 보자.
산, 물, 비, 바랄, 먼지, 그을림, 흙, 돌, 거즈, 머리카락, 옷, 지우개 가루, 버짐나무 등 주변의 사물을 보고 무작위로 질감을 적어보았다. 선의 굵기와 진하기가 다르기도 하고, 길이가 다르기도 하다.
이것은 내가 본 것들이고 주변을 둘러보면 아마도 수많은 질감들이 보일 것이다. 무늬들을 찾아 그려 자신만의 질감을 만들어 보자.
이런 것들이 실제 비어 있는 면과 선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 머리에 올려보았다. 질감을 다르게 해 줌으로써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그 질감이 인물의 옷이나 배경색을 칠하는 채색 방법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패턴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간단할 것이다.
실제 하는 대상 나무의 질감을 보고 그대로 나무를 그릴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반복되는 특징, 무늬 몇 가지를 반복적으로 그리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호랑이의 무늬는 불규칙하다 그 안에 몇 개의 점들을 자세히 보고 온몸을 그 몇 개의 점으로 채울 수도 있고, 그 크기와 위치, 방향을 변주해서 호랑이 점을 그릴 수도 있다. 이 얘기를 듣고 실제로 한 작가는 그동안 그려왔던 전통적인 방식으로서의 나무 그리기를 단순화시킬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 나무엔 나무 잎들이 실제의 사이즈보다는 커다랗게 패턴처럼 매달려있었다.
질감은 너무도 사소해서 빠트리는 경우가 많다. 비 오는 날 흙길을 걸어오는 사람을 그릴 때 사람, 비, 우산 하늘은 중요시한 부분으로 그리지만 바닥의 물웅덩이, 흙과 돌, 머리카락 날림, 입은 옷의 무늬, 그림자까지는 생각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사소한 듯 보이는 세부적인 것들이 모여 고유한 자신의 그림을 완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