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두부와 할머니

어제의 너에게 #25

by Illy

남편과 즐겨 봤던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 깨두부가 나왔다.


나에게는 엄청 대단하지는 않지만 소소하게 추억이 담겨있는 음식이다.



일본 동북쪽에 있는 니이가타현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

집에서 한 100미터 거리에 있는 시장에 할머니, 엄마, 언니랑 매일 갔었다.


시장 내부에는 "야기 상점"이라는 채소와 두부, 과자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잘 웃으시면서도 가끔씩 뾰족하게 잔소리를 하는 아줌마와 한쪽 손이 없어 양말을 씌우고 있던 아저씨가 운영하는 가게였는데 거기에서 가끔씩 깨두부를 팔았다.



할머니는 그 깨두부를 좋아하셨나 보다.

자주 사드셨는데 어느 날 어쩌다가 나도 한 입 먹게 되었다. 식감은 쫀득쫀득했다. 반찬이 아닌 간식용이었는지 달달하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시장에서 깨두부를 보았지만 할머니에게 사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었다.


할머니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엄격한 할머니에게 달달한 간식을 사달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부탁하지 않고 할머니께서 자발적으로(?) 구매하고 어쩌다가 나눠주시는 걸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아이들만, 혹은 혼자 먹은 기억은 없다.

물론 주신거 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유치원생이면 좀더 달라고 징징대도 되지 않았을까.


나눠주기를 기다리다가 맛보게 되는 달달함.


한 번쯤 나도 엄청 좋아한다고 표현했으면 싶기도 하고.

좀 크고 나서 같이 먹자고 두개 사갔으면 싶기도 하고.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일어나지 않았던 관계의 변화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음식인 것 같다.


어제의 너에게

참 맛있었는데...니이가타를 떠난 이후로 그 깨두부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